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온 부부는 여전히 ‘연애시대’와 연애 중이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면 ‘만약에 우리’ 컬러링이 흘러나오고 꿈을 꾸면 늘 은호(손예진)와 동진(감우성)이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감독 한지승의 첫 TV드라마였던 SBS의 ‘연애시대’는 종영 후 2주가 흘렀지만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 여운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 삽입곡(OST)은 아내인 가수 겸 작곡가 노영심이 만들었다. ‘연애시대’ OST는 현재 교보 핫 트랙스 앨범차트 1위, 벅스뮤직 주간 차트에는 손예진의 ‘땡큐’를 비롯한 삽입곡 7곡이 50위 안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가 있다. 부부의 ‘공감각’은 대박이 났다.
‘이혼후애(離婚後愛)’를 그린 ‘연애시대’는 드라마를 잊지 못하는 노-한 부부의 모습과도 닮았다. 5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주제곡 들으면 주인공 될 수 있죠”
▽노영심=“사실 우리가 함께 작업한 드라마는 처음이에요. 우린 함께 보내는 시간 내내 드라마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요. 오빠(한지승)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원했고 전 어쿠스틱한 악기를 이용해서 최대한 단출하게 음악을 만들었죠. 혹시나 음악이 튀어서 드라마가 묻히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죠.”
▽한지승=“‘연애시대’는 자연주의와도 같은 드라마죠. 현실적이고 여백이 많이 드러나게 만들고 싶었는데 ‘단품요리’ 같은 음악이 한몫을 해 주었어요. 음악감독이 제 아내라는 것도 하나의 ‘믿는 구석’이 됐죠. 내 편이 되어 준 마지막 스태프였으니까요.”
여가수 진호가 부르는 ‘만약에 우리’나 4인조 남성 그룹 ‘스윗 소로우’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등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긴 느린 곡이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20, 30대를 비롯해 디지털 키드인 10대에게도 ‘브리즈’, ‘사랑이 사랑에게 묻다’ 같은 노영심의 느린 연주는 인기를 얻고 있다. MP3 다운로드 건수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 아날로그 부부는 팬들의 반응에 놀랄 뿐이다.
▽한=“‘연애시대’ 음악에는 세대를 초월한 원초적인 느낌이 담겨 있어요. 바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튀지 않고 담백한 보사노바 음악은 마치 휴양지 같은 느낌을 주죠.”
▽노=“사실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남편 작품 아니면 전 아마 더 실력 있는 분들을 추천해줬을 거예요. 작품 안에서 그저 성실히 연주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죠. ‘은호의 테마’ 같이 제목에 주인공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도 은호나 동진, 더 나아가 시청자들이 모두 음악을 들으며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종영후愛… 아, 사랑이 이런 거구나
이혼한 후에도 서로를 챙기며 연을 놓지 않았던 은호와 동진. 시청자들은 이들의 현실감 넘치는 대화에도 공감했지만 잔잔히 흐르는 노영심의 피아노 선율과 주제곡 등은 이들에게 “내가 은호라면”, “내가 동진이라면” 등의 감정몰입을 가능하게 했다. 결국 은호가 눈물을 흘리며 ‘땡큐’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고, 노래는 ‘눈물송’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손예진 씨가 정말 대단했죠. 따로 노래 수업 할 시간도 없었는데…. 예진 씨 노래 듣고 스태프가 다 울었어요.”
이들은 6월 말 ‘땡큐’, 이문세의 ‘그때 내가 미처 하지 못했던 말’ 등 드라마 후반에 삽입된 곡들 위주로 OST 2집을 발매하고 8월에는 ‘연애시대’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노=“우리도 이번 작품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아직도 인터넷 게시판에는 ‘연애시대’에 대한 감상 글이 올라와요. 그런 글을 보면 쓰신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이 연애시대예요’라고요. 아, 사랑이 이런 거구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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