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63>伯樂相馬

  • 입력 2006년 6월 7일 03시 00분


‘伯樂相馬(백락상마)’의 ‘伯樂’은 사람 이름이다. ‘相’은 ‘관찰하다’라는 뜻이고, ‘馬’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伯樂相馬’는 ‘백락이라는 사람이 말을 관찰하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서 나왔다.

백락은 명마를 잘 알아보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중국의 목공(穆公)이라는 왕이 백락에게 말했다. “당신도 이제 늙었으니 당신의 자손 중에 명마를 고를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시오.” 백락이 대답했다. “명마는 겉모습만 보아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구방고라는 사람이 저보다 더욱 말을 잘 봅니다.” 목공은 구방고로 하여금 명마를 구하게 하였다. 구방고는 천하를 다니다가 돌아와 명마를 구했다고 보고하였다. “어떤 말이오?” 목공이 물었다. “누런빛의 암말입니다.” 목공은 하인으로 하여금 그 말을 살피고 오게 하였다. 하인은 그 말이 검은빛의 수말이라고 보고하였다. 목공은 불쾌하여 백락을 불렀다. “당신이 추천했던 구방고라는 자는 말의 색깔이나 암수조차도 구별 못하니 어찌 된 일이오?” 백락은 크게 한숨을 쉬면서 말하였다. “구방고가 본 것은 말의 내면에 있는 명마의 소질입니다. 그것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므로 겉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구방고는 살펴야 할 것만을 살피고, 살피지 않아도 될 것은 빠뜨린 것입니다.” 목공이 그 말을 직접 길러보니 과연 천하의 명마였다.

‘伯樂相馬’는 백락이 명마를 찾을 때와 같이 본질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하며,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그 일의 본질을 확실히 파악하고 그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주변적인 것에 더욱 마음을 쓰는 경향이 있다. 평생의 배우자를 구할 때도 외모에 집착하고, 정치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할 때도 말 잘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심지어 과일을 살 때도 빛깔을 먼저 보지 않는가? 가끔 ‘伯樂相馬’를 생각하여 보자.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