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조직원이 범죄에 사용된 권총을 잃어버리면서 생기는 우여곡절을 다룬다는 ‘익숙한’ 이야기, 영화 ‘분노의 질주’ ‘블루 스톰’으로 미국에선 최근 엄청나게 뜨고 있는 배우지만 아직 국내에선 존재감이 약한 배우 폴 워커 주연, 그리고 ‘마인드 헌터’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출신 웨인 크레머 감독이라는 기본재료로만 이 영화를 짐작한다면 뒤통수 얻어맞기 십상이다.
15일 개봉되는 ‘러닝 스케어드’는 에너지가 ‘과잉’의 수준을 넘어 ‘폭발’로까지 치닫는 영화다. 감각적인 카메라, 동물적인 캐릭터, 본능적인 폭력과 살인 욕구가 질척하게 뒤섞여 유기체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다름 아닌, ‘잘 빠진’ 장르영화를 통해서 말이다. 뻔한 듯하던 이야기는 자꾸자꾸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또 다른 범죄단조직원들, 변태 살인마 부부, 창녀, 포주 등)에 올라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과 긴장감으로 범벅이 된 채 스스로를 변주시켜 나간다.
이런 도발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는 아주 신경질적인 분위기와 함께 터질 듯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아이스하키용 퍽을 날려 얼굴을 작살내고 귀를 물어뜯어 버리고 아이들을 습관적으로 살해하는 변태적인 행위와 욕망들이 잔혹하면서도 일면 역겹지 않게 느껴지는 건, 캐릭터와 이야기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끔찍한 부분에도 어떤 쾌감을 섞어 전달할 줄 아는 이 영화의 새로운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펄프 픽션’류의 이른바 ‘펄프적 감수성’을 보여주면서도 영화는 감독의 자의식 섞인 실험을 모나게 돌출시키지 않고 형식과 내용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 다만 너무나 뻔한 마지막 3분, 이 젊고 충격적인 영화를 위해 차라리 없었던 일로 할 순 없을까. 18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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