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은 아니었다.
갑작스레 능숙한 영어를 내뱉는 구릿빛 얼굴에는 ‘더 멋진 남자’가 됐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What?”하고 기자가 되묻자 다시 내뱉는 그의 영어 소리가 작아지긴 했다.)》
MBC 수목 드라마 ‘어느 멋진 날’(극본 손은혜·연출 신현창)에서 주인공 ‘서건’ 역을 맡은 탤런트 공유(27)를 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산공원 앞에서 만났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해요…’ 멋지죠?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잭 니컬슨이 사랑을 고백하는 말입니다. 어릴 때 영화 보다가 멋진 영어 대사가 나오면 따라 하곤 했어요.”
극중 공유의 자연스러운 영어 대사(장기 해외 거주 경험은 없고 8개월간 쉬면서 틈틈이 공부했다고 한다), 호주의 이국적 풍광과 잘 어울리는 그의 근육질 몸은 ‘어느 멋진 날’을 2회 방영 만에 동시간대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로 만들었다.
○날라리 고등학생에서 성숙한 사나이로…
그동안 ‘공유’ 하면 ‘양아치 고딩’이 먼저 떠올랐다. 드라마 ‘학교4’, ‘건빵선생과 별사탕’,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에서 주로 날라리 고등학생 역을 맡았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이보다 어린 캐릭터를 계속 맡아 온 셈.
“실제로는 보수적이고 고지식하다고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듣는데…제 고딩 연기를 보고 ‘너 좀 놀았지’ 하시는 분이 많았죠. 학창시절에는 그냥 평범했어요. 스물네 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하다 보니 연기한 캐릭터의 성장과 실제 공유의 성장이 일치하지 않았을 뿐이죠. 극중 건이와는 나이도 비슷하고, 이제야 어느 정도 맞물린 것 같아요. 또 교복 입으면 주책이죠.(웃음)”
점잖게 웃는 모습에 양아치 이미지는 사라진다. 서건은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호주로 건너가 뒷골목 깡패로 살아가는 인물. 보육원에 두고 온 동생 서하늘(성유리)을 찾아 1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사실 이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작가 선생님도 물에 젖은 몸과 등을 반영하겠다며 더 벗기겠다고 하시고(웃음). 운동은 예전부터 해왔고요. 연기일 뿐 공유가 바뀐 건 없어요. 촬영할 때 듣는 ‘어이 살인 미소, 성유리에게 야성적인 눈빛 한번 날려봐’ 같은 주문, 아직까지 이런 거 어색합니다.”
‘어느 멋진 날’에서 배우로서 그의 무게감은 한결 또렷해졌다. 그동안 김선아, 공효진 등 기가 센 선배 여배우들과 함께 했다면 이번에는 성유리, 이연희(구효주 역) 등 후배들을 끌고 가야 하는 위치다. 책임감이 커진 듯 그는 진지하게 ‘연기자 공유’를 말했다.
“연기 끝나고 캐릭터에서 못 빠져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배우인 척하려고 그런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머리로 하는 거로 알았던 셈이죠. 하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많이 울게 되고 공허해지고…이번에도 많이 아플 것 같아요. 물론 그럴수록 배역에 제대로 몰입했다는 것이고…저 더 성숙해 있겠죠?”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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