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뻔한 얘기…"라며 혀를 내두르는 순간. 과연 사전 풀이를 능가하는 생생한 해석법은 없는 것일까? 여기 해결사 두 명이 있다. 개그맨 유세윤(26)과 개그우먼 강유미(23). 이들은 이름하여 '사랑의 카운슬러'다.
▽유세윤="사랑은 찾으면 보이는 것이죠. 후~ 먼지를 불면 잘 보이는 건데… 하지만 유미는 불어도 잘 안 보여요. 끝없이 부는 데도 너무 안 보여요."
▽강유미="사랑은 서로 이해하고 인내하고… 윽! 너무 결혼식 주례 같죠. 전 사랑은 '불'이라고 생각해요. 불처럼 확 끌어당길 수 있는 그런 사랑을 꿈꿔요."
이들의 사랑학은 '수학의 정석' 책에 나오는 '미분'과도 같다. "저희 전격 해체를 선언했습니다"라며 시어머니에게 이혼 발표 하는 연예인 출신 아내, 여자친구의 머리통을 때리며 "야 당구장 가서 자장면 시켜먹자"라고 말하는 남자친구, 담배 피러 나간 남편에게 "그럼 쭉 둘러보고 오세요"라고 말하는 옷가게 주인 아내…. KBS2 '개그콘서트'(일 밤 8시 55분)의 인기 코너 '사랑의 카운슬러'는 0과 1사이 세밀한 부분까지 파고 들어간다. 비록 직접적인 카운슬링은 없지만 방송된 지 한 달 만에 이 코너는 간판이 됐다. 7일 낮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들은 '공감 개그'를 얘기했다.
▽유="동대문 의류상가에서 흔히 보는 상인들이나 방송국 앞에서 늘 '오빠'를 외치는 팬클럽 회원들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는 거죠. 우리 스스로 '비하한 건 아닌가' 생각들 때도 인터넷에는 '딱 내 얘기야'라며 팬클럽 회원이 글을 남기곤 하죠."
▽강="전 개그우먼 되기 전 1년 간 백화점 사원으로 근무했어요. 그런 사회 경험을 개그로 옮긴 셈이죠. 세윤 오빠는 현재 3년 째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로부터 남녀 심리도 듣죠. 사랑이라고 거창한 거 내세우지 않고 실생활을 개그로 옮겨 공감을 얻어낸 거죠."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연기한 유형 중에서도 좋고 싫은 스타일이 확연하단다.
▽강="지난 주 아이템인 '축구에 빠져 사는 남편' 스타일은 정말 질색이에요. 그런 남자랑 살면 나중에 권태기 때 저 바로 퇴출당할 것 같아서 겁나요."
이에 유세윤은 "야, 그건 아무 것도 아냐"라며 '헤어지기 싫은 남자' 편 얘기를 했다.
▽유="제가 연기한 '헤어지기 싫은 남자'는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지자'는 말을 유도해내려고 애쓰는 남자에요. 정말 같은 남자인 제가 봐도 그런 남자들 너무 꼴불견이지 않나요?"
KBS 공채 19기 개그맨 동기인 두 사람은 일주일의 거의 절반 이상을 함께 붙어 있다. 그렉 버렌트가 지은 연애의 기술에 관한 책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함께 읽으며 사랑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는 두 사람, 나란히 앉은 모습이 마치 오누이처럼 닮아 보였다.
"세윤 오빠가 여성스러워서 동성 같아요"라는 강유미. 이에 "너 남자에게 너무 튕기는 것도 문제야"라며 훈수를 두는 유세윤. 사랑의 카운슬러끼리 불장난은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에 대한 호감지수도 높았다.
▽유="A플러스, 아니 A에요. 사실 A 주고 싶었는데 덤벙대는 게 좀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게 유미의 최대 매력이죠. 서로 너무 잘 맞아서 큰일이에요."
▽강="세윤 오빠야말로 A플러스죠. 유머 감각도 있고 직업의식도 투철하고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아요. 으흐흐."
"하라는 카운슬러는 안 하고…"라며 중얼거리자 이들이 외쳤다.
"언젠간 진짜 사랑의 카운슬러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상담해주고 싶어요. 물론 개그는 필수죠. 우리, 사랑의 '짝패'라고 할까요? 하하"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