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뚱…비틀린 사다리꼴…‘형식파괴’ 서울대미술관 개관

  • 입력 2006년 6월 8일 10시 03분


기우뚱 쓰러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 비틀린 사다리꼴 모양의 건물의 절반은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다.

바로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서울대학교미술관(관장 정형민)이다. 7일 개관식을 치룬 이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멋진 예술품이다.

지상 3층, 지하 3층에 연면적 1357평의 규모지만 서울대 정문 왼편 언덕을 끼고 비스듬히 위치한 탓에 일정한 틀이 없이 지어졌다. 층에 따라 방향에 따라 건물 단면도 제각각이다. 건물 내부에 기둥이 전혀 없고, 중심 부분은 천장 없이 지하층부터 지상층까지 통으로 트여 있다. 외피는 반투명 유리인 유글래스(U-Glass)로 마감됐다. 천장의 채광창으로 연결되는 중앙부의 계단은 나선형으로 틀어 올라져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케 한다.

이 곳에서 8일부터 내달 21일까지 ‘현대미술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개관 기념전이 열린다. 백남준, 모리스 루이스, 조지 시걸 등 국내외 작가 29명의 작품을 모아 20세기 현대미술의 전반을 보여준다.

전시관 중앙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작품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기우뚱…비틀린 사다리꼴…‘형식파괴’ 서울대미술관 개관

지하 3층 전시관 바닥에는 설치미술의 대가 리차드 롱의 ‘산 서클’이 전시돼 있다. 3겹 원형으로 배치된 뾰족한 돌무더기가 영국의 선사시대 유적지 스톤헨지를 연상케 한다. 이 작품은 롱이 93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발견한 국내 화감암을 이용해 작업한 것이다.

3층 전시관의 화가 노상균의 ‘수상가를 위하여’도 눈에 띈다. 패션 액세서리로 쓰이는 시퀸을 반복적으로 촘촘히 박아 완성한 이 작품은 밤무대 의상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화려하다. 마치 강한 물신숭배의 욕망을 나타내는 듯 하다.

지난 1월 타계한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데카르트’도 있다. 모니터와 전자회로 판을 붙여 만든 로봇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의 이름이 붙여진 이 작품에서 작가는 생각하는 로봇을 표현했다.

두터운 물감과 강렬한 색채를 이용해 거꾸로 매달린 소녀를 그린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동양여자’도 눈길을 끈다.

정형민 관장은 “작지만 명품 같은 현대 미술전을 열 계획”이라며 “대학 미술관으로서 교육 기능을 충실히 하는 동시에 학내 구성원이나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열린 미술관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미술관은 ‘현대미술로의 초대전’이 끝나면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서울대 동문 작품전과 미국-독일 유명작가 2인전을 열 계획이다.

기우뚱…비틀린 사다리꼴…‘형식파괴’ 서울대미술관 개관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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