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지 편집장의 개인 비서가 겪는 사회생활을 가벼운 터치로 다룬 이 책은 요즘 주목받는 장르인 ‘치크리트(chick-lit)’의 하나다.
젊은 아가씨를 뜻하는 속어인 치크(chick)와 문학(literature)을 합친 치크리트는 20대 초반 여성을 타깃으로 한 영미권 소설을 뜻한다.
소설뿐 아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자기계발서인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종합베스트셀러 3,4위를 지켰고,‘여자생활백서’라는 자기계발서는 지난주 종합베스트셀러 7위에 올라섰다.》
바야흐로 ‘치크 북’ 전성시대다. ‘서른 살 여자가 스무 살 여자에게’, ‘2635세대 빛나는 여성을 위한 삶의 지혜’ 등 20대 여성을 겨냥한 자기계발서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다 ‘악마는…’을 비롯해 ‘워커홀릭’, ‘처음 드시는 분들을 위한 초밥’ 등 영미권 치크리트 번역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워터멜론’(열린책들), ‘누구나 알 권리가 있다’(문학동네), ‘엘레강스’(황금가지) 등 출간 예정인 치크 북 목록도 계속 이어진다.
○현실에 눈을 떠라
요즘 치크 북들의 특징은 매우 현실적이라는 것. 20대 여성에게 하루라도 빨리 ‘순수의 왕국’을 떠나 현실에 눈뜰 것을 촉구한다. 자기계발서의 경우 ‘가진 자의 삶은 더욱 빛이 난다’, ‘촌스러운 걸 순수하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지침이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결혼은 지위와 경제력이 나은 남자와 하는 것’, ‘미모 지상주의를 욕하지 말라’고 권하는 등 세속적 가치 지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문학류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젊은 아가씨들을 겨냥한 대중소설은 대개 직장이 없는 여자 주인공이 느닷없이 미남 부자와 사랑에 빠지는 ‘할리퀸 로맨스’였던 데 반해, 요즘 치크리트는 외화 시리즈 ‘섹스앤드시티’에서처럼 일에서 성공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는 주인공이 현실적인 상대와 연애를 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소설이든 자기계발서든 물질적인 성공과 실리를 강조하며 프라다 샤넬 등 명품 브랜드와 패션 용어가 밥 먹고 이 닦는 일상용어처럼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20대 여성들의 일상과 욕망의 반영
문학평론가 김미현 씨도 “요즘 20대 여성의 관심사는 ‘일과 사랑 모두 패셔너블하게 하기’이고 소설을 통해서도 이런 ‘자기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데, 영미권 치크리트가 그런 독서 욕구에 부합하고 있다”면서 “이런 소설은 현재 한국문학에서는 공백 상태여서 치크리트가 계속 수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크 북이 물질적이고 계량화가 가능한 것들만을 강조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리뷰 중에는 “이런 책의 내용처럼 20대를 보낸다면 물신주의에 빠진 이기적이고 무뇌아적인 여성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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