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문학 개념 이분법 벗어나야”이광호 평론집 ‘이토록…’

  • 입력 2006년 6월 9일 03시 04분


1990년대 중·후반에 ‘문학의 위기’가 음울하게 논의됐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문학의 경계’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본격문학 혹은 순수문학과 그렇지 않은 장르의 구별 짓기 문제다.

문학평론가 이광호(43) 씨는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문학의 이름을 빌린 주변적 장르들이 새로운 출판 상품으로 기획되었다. 불륜의 소재를 단순한 수준의 여성주의와 결합한 소설, 아마추어리즘과 조금도 구별되지 않는 상투적인 연애시, 어른의 내면을 유아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동화 스타일의 신비적인 우화소설과 불우와 가난을 조악하게 상품화하는 ‘감동적인’ 서사물들…. 시장에서 이들 장르가 주류 상품으로 대두한 것은 본격문학을 둘러싼 문화적 지형을 더욱 복잡한 것으로 만든다.”

이 씨는 젊고 참신한 작가들을 활발하게 조명해 왔으며, 문학 논쟁의 중심에서 제 목소리를 내온 비평가다. 새 평론집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문학과지성사)에서도 그는 새 세기에 의미 있는 쟁점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씨의 비평은 결국 ‘지난 세기의 문학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씨가 보기에 그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본격문학: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평에서 이 씨는 지금껏 지켜져 온 “본격문학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고 말한다. 본격문학의 미학적 자기규정은 역사적으로 가변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씨가 본격문학을 옹호해온 계간 ‘문학과사회’의 동인이라는 점에서 이 주장은 더욱 흥미롭다. ‘문학과사회’도 최근 전통적인 본격문학의 개념을 탈피한 신선한 문학작품을 발굴하는 데 노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노력에 대해 이 씨의 비평은 논리적 근거가 된다.

지금껏 작품 분석에 적용돼온 ‘리얼리즘·모더니즘’의 이분법적 도식에 대해서도 이 씨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민족문학 진영의 평론가 최원식 씨의 비평은 실제 분석을 동반하지 않고 부정적인 이름 붙이기에만 몰두하며, 윤지관 씨는 완고하게 닫힌 독서를 보인다고 지적하는 등 기성 잣대를 적극적으로 비판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