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월드컵 전용 채널?=공영방송 KBS의 경우 KBS1 TV의 13일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의 총방영시간은 14시간 40분(13일 오전 6시∼14일 오전 6시 기준)이다. 오후 2시 10분 다큐멘터리인 ‘KBS 스페셜-운명의 첫 게임 토고전’의 재방송을 시작으로 ‘2006 독일 월드컵 중계석’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전 승리 기원 다시 한번 대한민국’ 등을 내보낸다.
MBC는 이날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까지 ‘2006 독일 월드컵 특별 생방송-가자! 대한민국’(3부)에 포함시키는 특이한 편성을 준비했다. 한국이 이길 경우 ‘MBC 뉴스24’도 특집 방영할 계획이다. 아침드라마 ‘이제 사랑은 끝났다’와 중간 뉴스 등을 제외하고 총 18시간을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으로 채운다.
SBS는 더욱 심해 이날 21시간 동안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아침드라마 ‘사랑하고 싶다’, 정보 프로그램 ‘뉴스와 생활경제’ 등을 제외하고는 오전 6시 ‘2006년 독일 월드컵 특집 생방송 모닝와이드’를 시작으로 ‘특집 다큐 붉은악마가 간다’ ‘2006 독일 월드컵 현지 생방송-우리는 대한민국, 여기는 독일입니다’ 등이 이어진다. 한국과 토고의 경기는 오후 10시에 시작하지만 메인 뉴스인 ‘8뉴스’를 오후 7시로 옮기고 오후 8시부터는 승리 기원 특집 ‘신화는 계속된다’를 방영한다.
지상파 3사는 월드컵이 개막한 9일 이후 주말인 10, 11일에도 월드컵과 상관없는 교양 시사, 오락 프로그램까지 ‘월드컵 특집’으로 만들어 하루 10시간 이상 월드컵 관련 방송을 내보냈다.
▽시청자들은 방송국 돈잔치의 볼모?=지상파 3사는 이 같은 월드컵 일색인 방송에 대해 “시청자가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채널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빼앗긴 시청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시청자 김정희(51·여·경기 고양시) 씨는 “드라마, 다큐 등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데 채널을 돌리면 온통 월드컵 관련 방송만 나온다”며 “차라리 한국팀이 빨리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이 월드컵에 ‘다걸기(올인)’하는 이유는 광고 수입 때문이다. 한국방송협회(회원사 KBS, MBC, SBS)는 월드컵 국내 중계권을 2500만 달러(약 236억 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계권료를 뽑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 앞뒤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교양 등 비인기 프로그램들도 ‘월드컵 특집’으로 만들면 광고주들의 선호도가 높아진다.
한국과 토고 경기에 붙는 15초 분량의 광고 단가는 최고 2500만 원에 이른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한국 예선 3경기 광고수입 규모는 KBS 21억150만 원, MBC 36억2880만 원, SBS 35억9280만 원이다. 2002년처럼 4강에 진출하게 되면 지상파 3사는 총 1180여억 원을 벌 수 있을 전망이다. 송해룡(신문방송학) 성균관대 교수는 “시청자들이 월드컵의 자발적 주체가 아닌 방송사의 엑스트라로 전락하고 있다”며 “국민의 자산인 지상파를 이용하는 방송사는 시청권을 보호하고 균형 잡힌 편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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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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