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도깨비-귀신들 ‘사랑찾기 소동’…한여름밤의 꿈 각색 두 작품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8분


꿈? 악몽?

올해는 ‘한여름 밤의 꿈’을 조금 일찍, 초여름에 꾼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은 해마다 여름철이면 세계 각국 무대에서 빠지지 않고 올려지는 단골 레퍼토리. 올해 국내에서는 극단 여행자의 연극 ‘한여름 밤의 꿈’과 극단 자명종의 창작 뮤지컬 ‘한여름 밤의 악몽’이 잇달아 막을 올린다.

두 작품 모두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이야기 구조와 인물 설정은 그대로 가져오되, 우리식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서양의 요정 대신 전통 도깨비(‘한여름 밤의 꿈’)와 귀신(‘한여름 밤의 악몽’)을 등장시켜 한바탕 유쾌한 사랑의 소동을 벌인다.

○ 여행자가 꾸는 검증된 ‘꿈’

단원 평균 나이 32세인 젊은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연출 양정웅)은 2002년 밀양연극제에서 초연된 이래 세계 각국 페스티벌에 초청받는 등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면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얻어온, ‘검증된 작품’이다.

수없이 공연되어 온 탓에 ‘안 봤어도 본 것 같이 느껴지는’ 너무나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이 ‘고전’을 ‘여행자’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처럼 풀어놓는다.

장구, 북 등 전통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과 전통시의 운율처럼 리듬감 넘치는 대사 등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했다. 신체의 움직임과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극단답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배우의 다양한 몸놀림을 보는 즐거움이 이 작품의 매력.

요정의 왕 오베론과 여왕 티태니어는 각각 여자 도깨비 ‘돗’과 남자 도깨비 ‘가비’로 아예 성(性)을 뒤바꿨다. 라이센더, 허미어 등 등장인물의 이름들도 항(亢), 벽(壁), 루(婁), 익(翼) 등 우리 별자리에서 따온 이름으로 바꾸었다.

이 작품은 국내 연극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연극의 메카로 꼽히는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 초청받아 27일∼7월 1일 공연한다. 바비칸센터 공연에 앞서 국내에서도 나흘간 공연한다. 초연 때는 소극장용으로 만들어졌으나 1200석 규모의 바비칸센터 극장 규모에 맞춰 세트 일부를 손질하고 앙상블을 4명 더 늘렸다. 17∼20일 월화 8시, 토 7시반, 일 3시 6시. LG아트센터. 2만∼4만 원. 02-3673-1392

○ 자명종이 깨우는 ‘악몽’

한여름 밤의 악몽? 신생 극단 ‘자명종’이 무대에 올리는 ‘한여름 밤의 악몽’은 패러디 제목에서 장르를 짐작할 수 있듯 코믹 뮤지컬이다. 몇 년 전 워크숍 형태로만 짧게 선보였던 작품으로 이번이 사실상 초연이다. ‘자명종’은 창작 뮤지컬 ‘더 플레이X’를 만든 주요 제작진이 주축이 된 극단.

‘한여름 밤의 악몽’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100여 년 전 개화기 무렵의 한반도로 옮겨와 숲 속 흉가의 귀신들과 인간들의 옥신각신 사랑이야기로 바꿨다. 장화홍련전이 극중극 형태로 펼쳐지는 대목에서는 뮤지컬이지만 마당극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혼돈 속에서는 이성의 눈을 똑바로 뜨고 있지 않으면 사랑도 악몽이 된다”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지.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이 끝난 뒤 7월부터는 대학로로 무대를 옮겨 알과 핵 소극장, 아룽구지 소극장 등에서 9월까지 공연한다. 20∼28일 월∼금 오후 8시, 토 4시 반, 8시, 일 4시 반.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3만∼7만 원. 02-741-4485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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