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리턴즈’ 두 주역 브랜든 루스-케빈 스페이시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슈퍼 영웅의 ‘원조’ 수퍼맨. 1978년 처음 제작된 뒤 1987년까지 3개의 속편이 만들어지면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 수퍼맨 시리즈의 네 번째 속편이 19년 만에 만들어졌다. ‘X맨’ 1, 2편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 ‘수퍼맨 리턴즈’(28일 전 세계 동시 개봉)는 자신과 같은 종족을 찾아 우주를 헤매다가 5년 만에 지구로 귀환한 수퍼맨의 활약을 담은 영화. 2억6000만 달러(약 2600억 원)라는 할리우드 역대 최대 제작비를 들여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했다. 크리스토퍼 리브를 이을 새로운 수퍼맨으로 뽑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배우 브랜든 루스와 이 영화에서 악당 두목으로 출연하는 성격파 배우 케빈 스페이시를 9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함께 만났다.》

▼2대 수퍼맨 브랜든 루스▼

“수퍼맨은 정말 게이(gay)일까요?”

올해로 27세인 미남배우 브랜든 루스(사진)가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들의 질문은 이 하나에 집중됐다. 수퍼맨은 영화에서 여기자 로이스(케이트 보스워스)를 일편단심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이지만, 최근 미국의 동성애 잡지들은 △수퍼맨은 게이들이 딱 좋아하는 외모라는 점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수퍼맨의 비애가 동성애자들의 애환과 닮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수퍼맨은 게이의 아이콘’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조 수퍼맨’인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를 쏙 빼닮았다는 평을 듣는 루스는 재치 만점의 대답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스캔들을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순 있겠죠. 저는 실제론 수퍼맨이 아니에요. 사람들의 생각까지 내 맘대로 조종할 순 없잖아요?(웃음)”

크고 작은 TV 시트콤과 작은 영화들에 출연하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게 전격 발탁돼 리브에 이은 2대 수퍼맨에 낙점된 루스. 메이저 상업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그이지만 어쩌면 그는 ‘준비된 수퍼맨’인지도 모른다.

“제가 바텐더로 일하던 스물세 살 때 수퍼맨 닮기 콘테스트에 나가 우승해 100달러(약 10만 원)를 벌었어요. 어려서부터 수퍼맨 닮았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죠.”

실제 눈앞에서 본 그의 눈은 영화 속처럼 푸른색이 아니라 갈색이었다(‘원조’인 배우 리브가 ‘진짜’ 푸른 눈이었다). 그는 겸연쩍은 듯 웃으며 “푸른색 콘택트렌즈를 착용했고요. 컴퓨터그래픽(CG)도 좀 들어간 것 같아요”라고 했다.

1995년 낙마 사고로 전신 마비된 뒤 2004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재활 의지를 불태우며 ‘영원한 수퍼맨’으로 남은 리브. 그의 뒤를 이어 수퍼맨 역을 맡는다는 사실의 무게가 루스를 짓누르진 않았을까. 루스는 단호하게 “노”라고 말한다. “리브의 뒤를 잇는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죠. 나한테 그는 영원한 수퍼맨이에요.”

수퍼맨에 맞는 심신을 갖추기 위해 루스는 촬영 4개월 전부터 규칙적인 운동 및 수면과 더불어 과일 야채를 많이 먹는 식이요법을 통해 10kg의 근육을 늘렸다고 했다. 또 ‘수퍼맨의 존재와 정신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적인 의미를 가졌나’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나는 수퍼맨이 될 수 있다’는 자기암시를 반복했다고 알려줬다.

루스에게 짓궂은 질문 두 가지가 이어졌다. 첫째는 “꽉 끼는 수퍼맨 의상 탓에 화장실에서 불편하진 않았느냐”는 것. 그는 “꽉 끼긴 했지만 방법이 있더군요. 수퍼맨 의상에도 찾아보면 뚫린 구멍(pass through)이 있더라고요”라면서 웃었다.

두 번째 질문은 더 짓궂었다. “수퍼맨이 됐다고 느끼면 잠자리에선 어떤 변화가 있는가”라는 것.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건 나한테 묻지 마세요. 2년 반 동안 사귄 여자친구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질문 같은데요?”

▼악당 ‘렉스’ 역 케빈 스페이시▼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와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과 주연상을 각각 거머쥐었던 배우 케빈 스페이시(47·사진). ‘수퍼맨 리턴즈’에서 세계 정복을 꿈꾸는 대머리 악당 ‘렉스’는 어떤 면에서 영화 ‘오스틴 파워’의 악당 ‘닥터 이블’을 닮았다. 그는 새끼손가락을 입에 집어넣는 닥터 이블의 버릇을 흉내 내면서 “난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데?”하며 웃었다.

“사람들은 캐릭터를 분류하죠. 악당과 좋은 사람, 뭐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스스로 분류하는 순간 배우로서의 생명은 끝이에요. 저는 ‘렉스’를 악당이라기보다는 (지구 정복을 꿈꾼다는 점에서) 자본가 아니면 (수많은 수하들을 가르치고 조종한다는 점에서) 교사 비슷한 존재로 생각했어요.”

“과연 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슈퍼 영웅이 필요한가”라는 까다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한 기자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있잖아”하고 우스갯소리를 섞어 대꾸하자 스페이시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람들이 영웅 자질이 있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건 참 행운이죠.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그런 지도자가 없어요. 아아, 저는 매일 매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너무나 그리워요.”

로스앤젤레스=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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