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7>莫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6분


‘幕(막) 漠(막) 慕(모) 募(모) 暮(모)’에는 모두 ‘莫(막)’자가 들어 있다. ‘莫’자의 ‘>(초)’는 원래 두 그루의 나무를 나타낸다. 아랫부분의 ‘大’도 두 그루의 나무를 나타내는데, 그 모양이 ‘大’와 같은 모양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므로 ‘莫’은 사방이 나무인 숲 사이로 해가 지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莫’의 원래 의미는 ‘저녁, 어두움’이다. 그러나 숲 사이로 해가 사라지는 것도 나타내므로 ‘莫’에는 ‘없다’라는 의미도 생기게 되었다. 이에 따라 ‘莫’이 들어간 한자는 모두 ‘어두움’ 혹은 ‘없다’라는 의미와 관련이 있다.

‘幕’은 ‘巾(수건 건)’과 ‘莫’이 합쳐진 한자이다. ‘巾’은 ‘천, 직물’을 나타내고, ‘莫’은 ‘없다’를 나타내므로 ‘幕’은 무엇인가를 없애는, 즉 보이지 않게 하는 직물을 나타낸다. 따라서 ‘幕’은 ‘막, 장막, 휘장’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옛날 군대의 막사나 관직을 처리하는 곳에는 흔히 ‘장막’을 치고 있었으므로 ‘幕’에는 ‘군막, 막사’와 같은 의미가 생겨나기도 했다. ‘漠’은 ‘수(물 수)’와 ‘莫’이 합쳐진 한자이다. 따라서 ‘漠’은 ‘물이 없는 곳’, 즉 ‘사막’을 나타내게 되었다. ‘慕’는 ‘心(마음 심)’과 ‘莫’이 합쳐진 한자이다. 이 한자가 ‘그리워하다’라는 의미를 갖는 것은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할 수 없을 만큼 오직 그리움에 젖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募’는 ‘力(힘 력)’과 ‘莫’이 합쳐진 한자로서 남은 힘이 하나도 없을 만큼 노력했음을 나타낸다. ‘募’는 ‘널리 구하다, 뽑다, 부르다’라는 뜻인데, 이는 고대에 사람을 구하고, 군인을 뽑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음을 나타낸다. ‘暮’는 ‘日(해 일)’과 ‘莫’이 합쳐진 한자로서 ‘저녁, 저물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데, 이는 해가 져서 없어진 것을 나타낸다. ‘저녁, 저물다’로부터 ‘늦다’라는 의미가 나오고, 이로부터 ‘늙다, 노쇠하다’라는 의미도 파생되어 나온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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