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께 거시기 머냐, 난 껍딱만 미국인이고 속은 한국인이랑께!”
현재 세브란스 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파란 눈에 금발의 외국인이지만 실상은 뼛속 깊이 ‘전라도 사내’다. 3대째 한국에 뿌리를 내려온 선교사 부부의 아들로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고 영어보다 한국말을 먼저 배웠다.
‘피 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기질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토종 한국인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뿌리’에 대한 애정을 토로한다. 토종 한국인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그는 말한다.
“대전에서 외국인학교를 다녔고, 서울에서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고, 뉴욕의 병원에서 근무했고, 북한에는 17번 가보고,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내 고향 순천만큼 내 마음에 평화로움과 안온함을 주는 곳은 없다. 고향이란 그런 것이다.”
저자는 1980년 연세대 의대에 입학한 뒤 격동의 시절을 고스란히 겪었다.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기 위해 갔다가 전남도청에 있던 시민군과 외신기자들 사이의 회견 때 통역을 맡았다. 그 일로 5·18민주화운동이 진압된 뒤 추방 명령을 받기까지 했다.
학교에 복학한 뒤로는 반미 움직임 때문에 서러운 차별 대우도 받았다. 그러나 그 같은 경험도 저자의 마음을 돌려놓진 못했다. ‘열외인간’이 되기 싫어 친구들이 억지로 끌려가는 전방 입소도 함께 갔다. 의사가 되어 최초의 한국형 앰뷸런스를 만들고 북한 결핵 치료에 앞장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의 정 문화가 많이 변질돼 아쉽다. 한국인이, 어쩌면 이제는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그 끈끈한 정을 되찾아 옛날의 아름다운 시절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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