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 박멸회사의 광고를 찍을 때다.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을 끌어들여야 했다.
그 주인공은 바퀴벌레. 회사에서 모셔온(?) 이놈들은 크기가 족히 5cm는 넘었다. 얼마나 동작이 빠르던지 몇 마리가 병 속에서 뛰쳐나와 스튜디오를 온통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놈들을 죽일 수도 없었다. 숨이 끊어지면 ‘제대로 된’ 자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놈들과의 사투는 근 일주일이나 이어졌다….
‘무공해 콩나물’을 찍을 때는 콩나물 모델을 골라내는 데에만 세 명이서 4시간을 매달렸다. 농약을 쓰지 않고 물만 먹여 키운 콩나물은 볼품이 없었으나 어떻게든 때깔 좋게 필름에 담아야 했다. 1차로 100개, 2차로 20개의 콩나물을 추려낸 뒤 최종 후보를 뽑지 않고 일일이 다 촬영했다. 모델료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술병이나 음료 병에 맺힌 물방울을 살리는 작업은 매우 까다롭다. 선명한 물방울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물과 글리세린을 섞어 분무기로 뿌린 다음 하나하나 주삿바늘로 정교하게 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오랫동안 삼성과 SK, CJ 등 국내 대기업의 광고 사진을 찍어온 저자가 소개하는 광고 사진 제작과정 이야기다. 그가 찍은 대표적인 광고 사진 50가지의 촬영기법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그야말로 비법(秘法)이다. 현장에는 항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넘친다.
“끝이 없는 영상의 바다에 살면서 반짝이는 이미지의 비늘을 낚아 올린다”는 그는 작지만 섬세한 부분의 차이, 그 종이 한 장의 차이가 극적인 광고 효과를 빚어낸다고 말한다.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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