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어느 계절보다 소리에 민감한 때다. 우거진 나뭇잎 스치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 밖에서 노는 아이들 함성…. 유명한 그림책 작가 고미 다로가 소리를 통해 여름을 보여 준다. 책은 여름 한낮 아이의 발걸음을 쫓으면서, 아이가 듣는 소리를 전달한다. ‘찌릉찌릉’ 유치원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아이가 뛰어나온다. ‘통통통’ 어디선가 공이 튀어 온다. 아이는 공처럼 빨리 어딘가로 가고 싶다. 주택가를 지날 때 ‘보글보글’ 소리가 들린다. 어느 집에서 물을 끓이나 보다.
소리에 정답은 없는 법. 자녀에게 읽어 주면서 무슨 소리일 것 같으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찌릉찌릉’에서 매미 소리를 연상할 수도 있다.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어딜 가는 걸까. ‘와아와아’ 함성은 ‘(이리로) 와’로도 들린다. 뜨거운 여름에 신나는 곳, 친구들로 가득한 수영장이다!
짙은 녹음과 화창한 오후 풍경을 단순하고 선명하게 그렸다.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채워 넣도록 여백을 많이 둔 것은 고미 다로 특유의 스타일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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