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난경씨 “막연하던 동편제-서편제 차이 학문적으로 분석”

  • 입력 2006년 6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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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는 바람소리, 새소리까지 생생하게 묘사하는 매우 사실적인 음악”이라고 말하는 최난경 씨. 이훈구 기자
“판소리는 바람소리, 새소리까지 생생하게 묘사하는 매우 사실적인 음악”이라고 말하는 최난경 씨. 이훈구 기자
“영화 ‘서편제’ 이후 판소리에 동편제, 서편제라는 유파가 전해져 온다는 것은 대부분 다 알죠. 그러나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가 하면 사례를 들지 못해요. 명창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들어보면 다르다’는 식이죠.”

판소리 연구가 최난경(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씨가 판소리 유파의 특징을 실증적으로 분석 연구한 ‘동편제와 서편제 연구’(집문당)를 펴냈다.

최 씨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유일하게 동편제 서편제 두 유파의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박녹주(1905∼1979)와 박초월(1917∼1983) 명창의 ‘흥부가’의 음악적 차이점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동편제와 서편제는 섬진강을 경계로 동쪽과 서쪽에 전해져 온 판소리 유파.

‘동편제는 우조가 많고, 서편제는 계면조가 많다’(정노식) ‘동편제는 소리의 끝이 산으로 가고, 서편제는 소리 끝이 지하실로 간다’(박송희 명창) 등 구전되는 구분법을 실제 악보와 명창들의 발성법과 비교해 가며 검증했다.

최 씨는 “분석 결과 동편제에 우조가 많고, 서편제에는 계면조가 많다는 것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또 이 책에서 판소리 명창들의 삶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특히 명창 박녹주가 23세(1927년) 때 조선극장에서 열린 팔도명창대회에 참가했다가 인촌 김성수 선생의 부친인 김경중 선생의 주선으로 송만갑의 수제자 김정문에게 판소리 수업을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최 씨는 “육자배기와 흥타령의 ‘무정방초’를 좋아한 송진우와 심청가 가운데 ‘뺑덕이네’를 좋아한 김성수는 박녹주의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어느 정도 흉내도 낼 줄 알았다고 한다”며 “‘판소리 유파 발표회’를 꾸준히 개최해 온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부터 판소리 후원과 보존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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