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여섯 개 방의 진실’전

  • 입력 2006년 6월 21일 02시 59분


박용남 ‘박수’ 사진 제공 사비나미술관
박용남 ‘박수’ 사진 제공 사비나미술관
분홍빛 족발 두 개가 마주 서 있다. ‘박수’라는 제목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진짜 족발 같은데 놀랍게도 대리석 조각이다. 그 옆에 전시된 이목을의 대추 그림, 윤병락의 사과가 담긴 나무 상자나 이종구의 콩과 벼 등 곡식이 담긴 소반도 실물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생생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여섯 개 방의 진실’전 중 첫 번째 테마 ‘101호-주부 L 씨의 배고픈 식탁’의 전시장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 입체, 설치 등 장르에서 사실적인 재현 기법을 통해 시각적인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22명의 작품을 모았다. 고명근 고영훈 김기남 김상균 김홍주 이목을 이광호 이지송 정명국 한수정 허유진 등 탄탄한 실력을 가진 작가들이 모였다.

요즘 화단에서는 관객의 눈을 속일 만큼 사실적인 그림들이 다시 주목받고 관련 전시도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가상 이미지의 범람 속에 생겨나는 진짜에 대한 열망, 예술가의 손맛을 담은 ‘그리기’에 대한 향수 등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나타나는 사실적인 재현 기법의 다양한 변주를 흥미로운 구성으로 보여 준다. 출품작의 내용과 형식에 따라 지하부터 2층까지 전시장을 여섯 개의 테마로 나눴다. ‘사진작가 H 씨의 스튜디오 S’에 선보인 이지송의 그림은 인물의 미묘한 심리, 공기나 빛의 분위기까지 섬세하게 재현한다. 그는 정밀하게 연출된 사진을 찍은 다음, 이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완성한다. 이광호의 ‘부부초상’과 허유진의 ‘BOTTLE’ 시리즈도 같은 테마에 들어 있다. 수박씨와 노란 고무줄을 그리는 박미현, 흰 벽면에 검정 테이프만으로 공간의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한수정 등의 작업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8월 30일까지.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21∼28일은 복권기금사업기간 행사로 무료. 02-736-437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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