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9>恭則不侮 寬則得衆(공즉불모 관즉득중)

  • 입력 2006년 6월 21일 03시 05분


요즈음 월드컵에 출전한 토고팀이 우리나라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나라의 이을용 선수가 근육 경련으로 쓰러졌을 때 토고 선수가 이 선수의 다리를 잡고 응급조치를 해 주는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에서 나온 것이다. 승패를 다투는 순간에도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를 보여 주는 이 너그러운 모습은 그들에 대한 우리의 애정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論語(논어)에 ‘恭則不侮 寬則得衆(공즉불모 관즉득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恭’은 ‘공손하다’라는 뜻이며, ‘則’은 ‘…하면 곧’이라는 뜻이다. ‘侮’는 ‘업신여기다, 업신여김을 당하다’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업신여김을 당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寬’은 ‘집이나 마음이 넓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너그럽다, 온후하다’라는 뜻도 생겨났다. ‘寬大(관대)’는 ‘마음이 너그럽고 크다’라는 뜻이며, ‘寬容(관용)’은 ‘너그럽게 받아들이다, 너그럽게 용서하다’라는 뜻이다. ‘衆’은 ‘무리,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民衆(민중)’은 ‘백성의 무리, 많은 백성’라는 뜻이며, ‘衆意(중의)’는 ‘많은 사람의 의견’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를 정리하면 ‘恭則不侮, 寬則得衆’은 ‘공손하면 모욕을 당하지 않고, 너그러운 마음씨를 가지면 많은 사람을 얻는다’는 뜻이 된다. 많은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곧 많은 사람의 사랑과 애정을 받는다는 말이다. 정치나 경영에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공손함을 잃으며, 너그러운 마음씨를 잊는다. 이는 오만함에서 나오기도 하고 과도한 자신감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공손한 자세와 관대한 자세를 유지하면 많은 사람의 사랑과 애정을 받는다. 위와 같이 스포츠에서도 그러하지 않던가? 이것은 하려고 마음먹으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습관이 되지 않은 사람이나 집단은 곧잘 이를 잊게 마련이다. 이러한 자세를 갖도록 스스로 습관화하는 것이 수양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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