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들의 直言이 조선 500년 지켜”… 방송작가 신봉승씨 강연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9분


“조선시대 왕들에게 사관(史官)은 불편한 존재였습니다. 하루는 태종이 사관을 따돌리고 개인 사냥을 갔습니다. 사냥 도중 낙마를 했지요. 태종은 신하들에게 ‘이 일은 사관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 내용이 태종실록에 그대로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의 기록 문화입니다. 그런데 국무회의는 왜 기록을 남기지 않습니까.”

실록 대하소설 ‘조선왕조 500년’의 저자이자 방송작가인 신봉승(73·사진) 씨는 ‘동국포럼’ 주최로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초청 강연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에서 이처럼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국포럼’은 동국대 동문의 모임으로 이날 강연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광복 이후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드라마 작가들이 애를 먹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당시 신문 기사를 참고로 하지만 온전한 시대 흐름을 읽어 내기는 역부족이지요. 역사는 후손들을 위해 기록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행착오를 기록으로 남겨야 후손들이 국가 경영을 제대로 할 것 아닙니까.”

350쪽짜리 413권 분량의 조선왕조실록 국역본을 9년에 걸쳐 완독했다는 신 씨는 오늘 당면한 문제의 해답을 실록에서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중종이 지금 정치가 무엇이 문제냐고 묻습니다. 정암 조광조가 답하지요. 나이든 훈신(勳臣)들이 옳다고 하는 것을 나이 적은 대신들이 그르다 하고, 나이 적은 대신들이 옳다 하는 것은 훈신들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요. 조정 대신들이 화목하지 못하면 하늘의 재앙이 따라온다고 했습니다.”

정암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늙은 훈신은 젊은 대신을 자식처럼, 젊은 대신은 훈신을 부모처럼 섬기는 일이었다.

신 씨는 임금 앞에서 직언을 마다하지 않던 신하들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지식인 사회가 죽지 않았기 때문에 조선왕조가 500년 역사를 이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모 교수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영국 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에서 ‘조선 임금은 나에게만 (혜택을) 달라는 기생충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쓴 구절을 인용해 이 기생충이 개혁의 대상이라고 하더군요. 율곡이나 퇴계 선생 같은 훌륭한 선비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무조건 과거를 개혁의 대상이라고 몰아붙이는 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이게 무슨 망언입니까.”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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