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짜 연극? 꿈 깨세요…대학로 초대권 폐지 운동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공짜 연극은 이제 그만!’

대학로의 주요 극단과 기획사들이 뭉쳐 연극계의 병폐로 꼽혀 온 ‘무료 초대권 폐지’에 나섰다.

동숭아트센터 씨어터 컴퍼니, 극단 사다리, 파임커뮤니케이션즈, 모아엔터테인먼트, 이다엔터테인먼트, 파파프로덕션 등 6개 공연 관련 단체는 22일 “초대권이 연극시장 침체의 주 요인이라는 판단에 따라 다음 달부터 제작하는 모든 작품에 대해 초대권을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초대권’은 그동안 연극계의 ‘필요악’으로 여겨져 온 뿌리 깊은 관행.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과 계약을 하고 포털사이트에 연극을 홍보하는 배너 광고를 띄워 주면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하는 이벤트 당첨상품용 초대권을 제공하는 등 주로 홍보 마케팅을 위해 뿌려져 왔다.

대학로의 한 공연기획자는 “공연 초반에는 관객이 없어 심할 경우 공연이 취소될 우려까지 있기 때문에 극단이나 기획사들도 공연 초반 일주일 정도는 아예 초대 관객으로 객석의 50% 이상을 채운다는 생각을 한다”며 “초대 관객은 초반에 입소문을 내 주는 효과도 있고 제작자로서는 초대 관객을 통해 공연에 대한 반응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대권 발행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문제는 초대권이 남발되다 보니 ‘연극은 공짜로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유료 관객이 줄어든다는 것.

공연기획사 이다엔터테인먼트의 오현실 실장은 “인터넷 이벤트 등으로 무료 초대권이나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할인 티켓들이 많아지다 보니 관객들도 ‘제값 주고 연극 보면 바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의 ‘2005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2004년 연극 관객 중 유료 관객은 232만 명, 무료 관객(초대권 관객)은 238만 명으로 무료 관객이 유료 관객보다 많았다.

‘초대권 폐지 운동’을 주도한 극단 사다리의 정현욱 대표는 “초대권의 폐해는 연극인들이 자초한 것이므로 우리 스스로 고쳐나가기로 결정했다”며 “초대권을 없애면 단기적으로는 홍보 효과도 줄어들고 객석점유율도 낮아지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연극계 체질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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