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여성이 마사이 전사와 함께 살았던 시간은 황홀하고도 혹독했다. 그녀는 사랑의 마법이 얼마나 강렬한지, 그리고 현실은 얼마나 냉정한지 절감했다.
이 책은 스위스 여성 코리네 호프만이 마사이족 청년 르케팅가와 결혼해 아프리카 케냐에서 보낸 4년간의 기록이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호프만은 그 4년이 그간 살았던 20여 년의 삶보다도 더 큰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르케팅가와 처음 만난 순간 “너무나 아름다운 젊은 신 같은 모습에” 사랑에 빠져 인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한 호프만. 그러나 결혼식을 치른 뒤부터 현실은 시작된다. 문명에 길들여진 호프만에겐 소똥으로 지은 움막집에서 자는 것도, 먹을 물을 긷기 위해 2km를 걷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일 뭘 먹을지 생각하지 않는 마사이족 남자와 불안한 미래를 견디지 못해하는 서양 여성 간의 간극은 넓어져만 간다.
소박하지만 솔직한, 실화가 주는 감동이 잘 전달된다. 사랑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열정에 감화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만으로 이겨낼 수 없는 현실에 한숨을 쉬게 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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