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 “우리들 말은 여전히 싱싱”…‘OK목장의 젖소’ 발매

  • 입력 2006년 6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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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4일 4년 만에 새 앨범 ‘OK목장의 젖소’를 발표하는 5인조 록 밴드 ‘크라잉넛’.  신원건 기자
다음 달 14일 4년 만에 새 앨범 ‘OK목장의 젖소’를 발표하는 5인조 록 밴드 ‘크라잉넛’. 신원건 기자
누가 그랬던가.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라고. 하지만 5인조 펑크 록 밴드 '크라잉넛' 버전은 다르다.

"우리를 키운 건 팔할이 '놀기'였지. 인생 별거 있어? 말 달리자!"

음악이 인생 최대의 놀이라며 서는 무대마다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크라잉넛. '말 달리자', '서커스 매직 유랑단', '밤이 깊었네'를 히트시키며 1996년 데뷔 후 10년 간 말 달린 이들이 어느덧 30대를 맞았다. 그러나 26일 밤 서울 목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은 여전히 무대가 지상 최대 놀이터란다. 다음달 14일 '크라잉넛'은 4년 만에 5집 앨범 'OK 목장의 젖소'를 내놓는다.

"달리는 건 말이지 저희가 아니에요. 저희는 나이 먹었지만 저희 말은 예나 지금이나 싱싱해요." (박윤식·보컬)

"군대 다녀오면 점잖아진다고들 하던데 저희는 여전히 무대에서 까불어요. 술 마시려고 공연을 하는지 공연을 위해 술을 마시는지 원…" (이상혁·드럼)

2002년 4집 '고물라디오'를 끝으로 멤버 김인수(키보드)를 제외한 나머지 네 멤버가 동반 입대, 수도방위 사령부 군악대에 함께 근무했다. 그 사이 이상혁은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멤버 휘루와 결혼했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싱글음반 '더 히어로'를 발매해 싸이, '버즈' 등과 함께 월드컵 축하 공연장에 꼬박꼬박 출석했다.

"프랑스 전 끝나고 새벽 6시에 시청 앞 광장에서 '말 달리자'를 불렀는데 새벽에 사람들 와장창 깨우는 느낌이었어요. 동점 골 넣은 후에 응원하던 사람들이 서로 껴안고 기뻐하는 모습 보니 공연할 맛 나더군요." (한경록·베이스)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5집 음반을 내밀었다. 16곡이나 담긴 앨범의 제목은 'OK 목장의 젖소'. "축산 농가에 보탬이 되라고…"(박윤식) 식의 어이없는 해석도 있었지만 "아버지 세대가 열광했던 서부영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LP를 아버지와 함께 듣고는 우리 세대 식으로 패러디해봤다"는 이상면의 얘기가 그럴싸하다.

"타이틀곡 '명동콜링'은 레게리듬의 펑크 곡이에요. 명동에는 1980년대 민주화 투쟁부터 종교 문제, 패션 등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담겨있는 것 같아 만들었어요." (김인수)

동료 가수가 "룩룩룩!"하며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 걸 보고 노래를 만들었다는 '룩셈부르크'나 아이리시 휘슬로 애주론(愛酒論)을 펼친 '마시자' 등 '말 달리자' 같은 '단순무식'형 펑크곡은 이들의 트레이드마크. 그런가 하면 '물밑의 속삭임'은 선배 가수 심수봉이 참여해 구슬픈 '뽕 록'을 극대화시켰다. 외국 밴드들은 모르는 '김치맛' 록은 여전했다.

"멜로디를 듣고 바로 심수봉 선배님이 생각나서 쭈뼛쭈뼛 말씀드렸는데. 바쁘신 데도 마음에 들 때 까지 녹음하시더라고요. 끝나고도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며 아쉬워하셨는데 프로는 역시 다르더라고요." (이상면·기타)

"공연에 또 공연… 스케줄은 많지만 종류는 하나에요"라며 웃는 이들. 다음달 22일 청담동 악스에서 미국 출신의 헤비메틀 밴드 '도켄'과 합동 공연을 가지고 11월에는 그들과 함께 미국 20개 도시를 돌며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외국 관광도 하고 맥주도 마시니 일석이조"라며 너스레를 떨지만 "10년 전 보다 인디 밴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진지한 음악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결론은 짐짓 엄살을 부리는 듯 했지만 잘난 체(?)였다.

"저희는 개인기가 없어서 아이돌 그룹처럼 쇼 프로그램에도 못 나가요. 하지만 '밴드기'는 좀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우리에게 제일 재미있는 건 음악이니까요. 인생 별 거 있나요? 계속 말 달리는 수밖에요." (한경록)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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