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대자연 선율에 양떼도 바람도 취하리라…대관령국제음악제

  • 입력 2006년 7월 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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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솔로이스츠는 조슈아 벨, 길 샤함, 정경화, 초량린 등과 함께 비발디의 ‘사계’를 수차례 연주했고 케네디센터에서 피아졸라의 ‘사계’를 연주하기도 했지요. 오래전부터 세계를 다니면서 한국의 ‘사계’를 연주하고 싶어 이 곡을 위촉하게 됐습니다.”(강효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이달 31일부터 8월 16일까지 강원도 대관령 일대에서 열리는 제3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평창의 사계’가 세계 초연된다. 상임작곡가 강석희(72·전 서울대 작곡과 교수) 씨가 곡을 위촉받아 작곡했고, 세종솔로이스츠가 비발디의 ‘사계’와 차이콥스키의 ‘The Seasons’,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와 함께 연주할 예정이다.

독일 유학시절 윤이상(작고) 선생을 사사한 강 씨는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전자음악에 한국의 전통 소재를 접목시킨 작곡가. 1966년 한국 최초의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비발디의 사계는 전 세계에서 매일 4분마다 연주된다는 라벨의 ‘볼레로’ 못지않게 많이 연주되는 곡이라 새로운 ‘사계’ 작곡은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평창의 사계’는 현악 연주자 14명과 독주자 1명이 연주하는 16분 길이의 협주곡. 계절별로 2개 악장씩 총 8개 악장으로 구성됐다. 그는 “그동안 악장 구분이 거의 없는 현대음악을 작곡해 이번 곡은 다소 생소했다”고 말했다.

“바람도 봄바람, 여름바람, 겨울바람이 다르고 꽃도 여름꽃과 가을꽃이 다 다릅니다. 봄이 소생하는 과정에서 안개가 끼고, 생명이 움터 오고…. 서울의 사계라면 굉장히 복잡했을 텐데, 산속에서 벌어지는 자연의 경이로운 변화이기 때문에 추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빠른 리듬 속에서 느린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평창은 2014년 동계올림픽 후보지 3곳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스키장들이 유명하다. 그는 “스키어들이 활강하듯이 음이 시차를 두고 차례차례 나오도록 하는 리듬으로 스키장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봄’ 1악장의 경우 비발디 사계의 선율을 일부 따와 경의를 표했다.

한편 올해 음악제에서는 한국계 작곡가 얼 킴(1920∼1998)이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원작으로 작곡한 오페라 ‘발소리’가 아시아에서 초연되고, 대만 작곡가 고든 친의 ‘여름잔디’도 세계 초연될 예정이다. 또 도이체 그라모폰 전속 아티스트 지안 왕,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펠츠만,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등 40여 명의 세계적인 음악가가 대관령을 찾는다.

강효(미국 줄리아드음악원 교수) 예술감독은 “이번 음악제의 공연 실황은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NPR)과 유럽방송연맹(EBU)을 통해 전 세계에 방송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세종솔로이스츠의 연주회 때마다 ‘평창의 사계’도 적극적으로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2만, 3만 원. 02-725-7233, www.gmmfs.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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