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따사하고 오후 수업도 없는 날이에요. 신나게 놀고 싶은데, 엄마 아빠는 바쁘시기만 하네요. “엄마” 하고 불러도 들은 체를 안 하세요. “피투! 좋은 생각이 났어. 동물병원 놀이를 하는 거야. 내가 의사선생님을 하고 너는 조수를 해.”》
거북이 친구 피투는 대답은 없지만 항상 내 편이에요. 앞마당 나무에 ‘훌륭한 의사선생님’이란 나무판을 걸었어요.
첫 환자가 땅속에서 얼굴을 내미네요. 털북숭이 두더지예요. 앞이 잘 안 보여서 병원에 온 건가? 아니래요. 뛰어놀 숲이 자꾸 없어지는 게 걱정돼서 왔대요. ‘맞아. 아빠가 어렸을 적엔 나무가 많아서 타잔놀이도 했다던데….’
두 번째 환자는 늑대예요. 무서웠는데 오히려 늑대가 울고 있어요. 자기는 고기 대신 사과랑 스파게티를 좋아해서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한대요. 어떻게 친구를 찾아주나?
응급환자가 있다고 해서 사이렌을 울리며 가 봤더니 개가 힘없이 엎드려 있네요. 따뜻한 집과 맛있는 음식, 모든 걸 지녔는데, 어디가 아플까? 주인이 놀아주지 않아서 슬픈 거래요. ‘반창고도 물약도 소용없잖아. 아무리 훌륭한 의사지만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병원 문을 닫으려는데 문 앞에 아기 새가 와들와들 떨고 있네요. 가족들은 다 멀리 떠났는데 자기만 나는 법을 다 배우지 못해 혼자 남았대요.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내 방에서 함께 지내자. 거북이 피투하고 같이. 너희 둘은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가 될 거야.”
이기홍 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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