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사상 처음 50%를 넘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오랜 경기 불황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내놓았다.
○ 총각과 재혼여성 간 결혼 늘어
지난해 전체 결혼 건수의 6.4%는 총각과 재혼여성 간의 결혼이었다.
총각과 재혼여성의 결혼 비율은 1990년만 해도 2.3%에 그쳤다. 하지만 여성의 이혼을 큰 흠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1995년 3.5%, 2000년 4.9%에 이어 작년에는 6%를 넘어섰다.
반면 처녀와 재혼남성이 결혼하는 비율은 1990년 3.6%에서 1995년 3.5%로 줄었다가 2005년 4.1%로 나타나 총각과 재혼여성의 결혼비율을 밑돌았다.
이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이혼 후에도 마음이 맞는 총각과 많이 결혼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혼 부부 중 여성의 나이가 더 많은 ‘여성연상 부부’의 비율은 12.2%로 1990년에 비해 3.4%포인트 높아졌다. 동갑인 부부도 크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남성연상 부부의 비율은 82.2%에서 72.8%로 낮아졌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지난해 27.7세로 1990년보다 2.9세가 높아졌다. 여성들이 일과 육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는 지난해 1.08명에 불과했다.
○ 여성 2명 중 1명 경제활동 참여
지난해 만 15세 이상 여성 가운데 취업했거나 취업할 의사가 있는 여성의 비율(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0.1%로 처음 50%를 웃돌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5년 37.2%에서 1973년 처음 40% 선을 넘었으며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4.6%로 10년 전의 76.4%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통계청은 전문직 분야에 진출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대학교수 가운데 여자 교수의 비율은 지난해 13.2%로 1995년에 비해 1.8%포인트 높아졌다. 10년 전 의사 100명 가운데 18명 수준이던 여의사 수는 19명으로 많아졌다.
지난해 외무고시 합격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행정고시 합격자 중 여성은 10명 중 4명꼴이었다.
올해 5·31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에 진출한 여성은 525명으로 전체 지방의회 의원의 14.5%다. 2002년 여성 지방의원 비율(3.4%)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것은 무엇보다 교육수준이 높아졌기 때문.
1995년까지만 해도 여성 2명 중 1명꼴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지난해에는 10명 중 8명꼴로 대학에 갔다.
서강대 조옥라(문화인류학) 교수는 “출산율 저하에 따라 아들 딸 구분 없이 교육하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서 교육받은 여성들이 전문 직종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체 여성 고용의 질은 아직 낮다
지난해 전체 여성 취업자 가운데 상용직 임금 근로자의 비율은 25.6%였다. 남성 상용직 근로자 비율(41.1%)보다 크게 낮아 여성들의 전문직 진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여성 고용의 질은 그리 높지 않았다.
여성 근로자 10명 중 4명꼴로 임시직과 일용직에 종사하고 있었다.
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체에서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62.6% 수준이었다.
지난해 맞벌이 가구에서 가구주(대부분 남성)의 근로소득은 평균 164만 원인 반면 배우자(대부분 여성)의 근로소득은 92만 원이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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