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頑石點頭(완석점두)’라는 말이 있다. ‘頑’은 ‘무디다, 둔하다, 재주가 없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頑固(완고)하다’라는 말은 ‘무디고 단단하다’라는 말이 되며, 이는 곧 융통성이 전혀 없는 사람의 성격을 가리킨다. ‘固’는 ‘단단하다, 고정되어 있다’라는 뜻이다. ‘石’은 ‘돌’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頑石’은 ‘무디고 무딘 돌’이라는 뜻이 된다. ‘點’은 ‘점’이라는 뜻이지만, 이것이 동사로 사용되어 ‘점을 찍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점을 찍는 행위’는 하나하나 확인하는 행위와 유사하므로 ‘點’에는 ‘하나하나 세다’라는 의미도 생겨나게 되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點呼(점호)’는 ‘하나하나 세어 가며 부르는 행위’이다. ‘呼’는 ‘부르다’라는 뜻이다. ‘點檢(점검)’은 ‘하나하나 세어 가며 검사하는 행위’이다. ‘頭’는 ‘머리’라는 뜻이다. ‘點頭’의 ‘點’은 ‘점을 찍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點頭’는 ‘머리로 점을 찍다’라는 뜻인데, 이는 곧 ‘머리를 끄덕이다’라는 말이 된다. 우리는 ‘머리를 끄덕이다’라고 사유하지만, 한자의 세계에서는 ‘머리로 점을 찍다’라고 사유하는 것이다. 이상의 풀이를 종합하면 ‘頑石點頭’는 ‘무디고 무딘 돌도 머리를 끄덕인다’라는 말이 된다. 이는 다음과 같은 불교의 전설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의 진(晋) 나라에 축도생(竺道生)이라는 훌륭한 법사가 있었다. 그가 호구산(虎丘山)에 들어가 돌을 모아 놓고 열반경(涅槃經)을 강설하였는데, 그 무딘 돌들도 이 말을 알아듣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더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말하는 사람이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이를 쉽게 풀어 주면 무딘 돌조차도 그 어려운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의 말이나 글에 감동을 받음이 없으면 ‘頑石點頭’라는 말을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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