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첼리스트 피터르 비스펠베이 내한 공연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엘가의 ‘첼로 협주곡’으로 내한 공연을 펼치는 첼리스트 피터르 비스펠베이. 사진 제공 크레디아
엘가의 ‘첼로 협주곡’으로 내한 공연을 펼치는 첼리스트 피터르 비스펠베이. 사진 제공 크레디아
“내가 죽은 후에 누군가 말번 언덕에서 이 선율을 부르는 휘파람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놀라지 말게. 그 사람이 바로 나일 테니까….”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유명한 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1857∼1934). 병상에 누워 있던 그는 죽기 직전 친구에게 자신의 ‘첼로 협주곡’ 제1주제를 불러 주며 이처럼 말했다. 이 곡은 애잔한 우수, 낭만적 서정성, 중후한 영국인다운 품격을 물씬 풍기는 노(老)대가의 최후의 대작이었다. 초연 당시에는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후 파블로 카잘스, 자클린 뒤프레 등 세계적인 첼리스트들이 연주하며 대표적인 첼로 레퍼토리로 남았다.

7월 13일과 14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뒤프레 이후 가장 감동적인 엘가 연주로 평가받고 있는 피터르 비스펠베이(44)의 엘가 ‘첼로 협주곡’이 연주된다. 2004년 내한해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했던 비스펠베이와 대전시향(지휘 함신익)의 4년 만의 만남이다.

네덜란드 태생의 비스펠베이는 암스테르담에서 디키 보케와 아너르 빌스마를, 미국에서는 폴 카츠를 사사했고, 영국에서는 뒤프레의 스승이기도 했던 윌리엄 플리스에게 배웠다. 보통의 다른 연주자들처럼 그는 콩쿠르를 통해 데뷔한 것도 신동으로 인정받은 것도 아니지만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1992년 ‘네덜란드 음악가상’을 수상했다.

그는 1996년 첫 내한 무대에서 현대 첼로와 바로크시대 첼로를 번갈아 들고 나왔고, 2000년에는 바로크 첼로로 바흐 무반주 모음곡 6곡을 완주해 한국 청중에게 고악기 연주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2004년 11월 그에게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역대 악기부문 최고가인 34만 파운드(약 6억 원)에 낙찰된 1760년산 조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첼로를 구입한 것. 이후 과다니니는 지난해 11월 녹음한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집’(채널클래식스) 음반을 비롯해 비스펠베이의 연주 여행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비스펠베이는 13, 14일 엘가 ‘첼로협주곡’ 내한 공연에 앞서 11일 오후 7시반 서울 중구 태평로 로댕갤러리(삼성생명 빌딩 1층)에서 갤러리 음악회를 연다. 연주할 곡목은 2000년 내한공연에서 선보였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1번과 6번. 경기 파주시 헤이리 고전음악감상실 ‘카메라타’를 운영하고 있는 방송인 황인용 씨가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돼 연주를 마친 비스펠베이와 바흐,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엘가 협주곡과 바흐 무반주 모음곡에서 과연 그 비싼 과다니니가 어떤 색채를 뿜어낼지 기대된다.

한편 대전시향은 비스펠베이와의 협연 외에도 리하르트 바그너의 ‘베젠동크의 다섯 개의 시’(소프라노 데보라 마이어 협연)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도 연주할 예정이다. 1만∼5만 원. 02-751-9607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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