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백미는 ‘소몰이 행사(entierro).’ 인구 18만 명에 불과한 이 소도시의 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이다.
아침 8시 종소리와 함께 스펙터클은 시작된다. 근처 산토도밍고 목장에서 우리의 문이 열린다. 거리로 뛰쳐나오는 6마리의 소. 하얀색 옷을 입고 빨간색 스카프를 허리에 두른 참가자들은 팜플로나 광장에서 소들을 기다린다. 소들이 접근하면 함께 달린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들 앞을 달린다. 날카로운 뿔에 받힐지도 모르는 아찔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아찔함 때문에 그들은 달린다. 소들은 3, 4개의 좁은 골목길을 돌아 팜플로나 투우장으로 내달린다. 소들은 이곳에서 쉬며 오후에 열리는 투우 경기를 기다린다.
소가 달리는 거리는 800m 정도. 질주는 채 5분도 안 돼 끝난다. 그러나 소 앞에서 달리는 이들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시간일 터. 지금까지 소의 뿔에 찔리거나 밟혀 죽은 사람은 15명에 이른다.
구경꾼들은 길 양옆에서 손에 땀을 쥔 채 숨 막히는 질주를 지켜본다. 소가 지나가는 길에는 이중벽이 설치돼 있다. 성난 소가 언제 돌진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중벽 뒤쪽에서만 볼 수 있다.
축제는 3세기 말 팜플로나 주교였던 산페르민을 기리기 위해 1591년 시작됐다. 일주일 축제 기간에 음악회, 연극, 퍼레이드 등 160여 개 행사가 열린다.
초기 소몰이 행사는 소몰이꾼이 소들을 투우장으로 몰고 갈 때 구경꾼들이 뒤에서 따라가는 식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부터 사람들은 소 앞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산페르민 축제는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덕분에 유명해졌다. 1923년부터 10년 동안 축제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팜플로나를 찾았던 그는 처녀작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1926년)에서 광란의 소몰이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단지 오락을 위해. 단지 쾌락을 위해(All for sport. All for pleasure).”
주인공 잭은 자기 뒤에서 달리던 젊은이가 소의 뿔에 받혀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