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77>一傅衆休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코멘트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옛날이라고 쉬운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맹자(孟子)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맹자가 송(宋)나라의 신하에게 말했다.

“그대는 그대의 왕이 선한 사람이기를 원하는가? 그대의 왕이 선하게 될 수 없는 이유를 말해 주겠다. 만약 초(楚)나라 사람이 자기 아들에게 제(齊)나라 말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제나라 사람을 스승으로 삼겠는가? 초나라 사람을 스승으로 삼겠는가?”

“제나라 사람을 스승으로 삼겠지요.”

“제나라 스승 한 사람이 아무리 제나라 말을 가르쳐도 주변의 초나라 사람들이 모두 초나라 말로 떠들어대므로 매일 회초리로 때려가며 이를 가르쳐도 그 아들은 제나라 말을 배울 수가 없다.”

이 대화에서 나온 말이 ‘一傅衆休(일부중휴)’이다. ‘一’은 ‘하나’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傅’는 ‘스승’이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스승’이라는 의미가 동사화 되어 ‘가르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衆’은 ‘무리,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고, ‘휴’는 ‘떠들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一傅衆휴’는 ‘한 사람이 가르치는데, 수많은 사람이 떠든다’라는 뜻이다. 이 말을 위의 대화에 연결시키면 ‘한 명의 스승이 제나라 말을 가르치는데, 주변의 수많은 사람이 초나라 말로 떠드니 제나라 말을 배울 수 없다’라는 의미가 된다. 그러므로 ‘一傅衆휴’의 일차적인 뜻은 외국어는 정말 배우기 힘드는데, 그 이유는 주변적 요소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一傅衆휴’의 더 깊은 뜻은, 한 사람이 왕에게 선하기를 요구해도, 왕의 주변 사람들이 선하지 않으면 왕은 선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훌륭한 최고경영자(CEO)가 되기를 원하는가? 주변에 훌륭한 사람을 두라. 당신은 훌륭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주변에 훌륭한 사람을 두라. 이것이 ‘一傅衆휴’의 교훈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