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서(史書)인 남사(南史)의 여승진전(呂僧珍傳)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송계아(宋季雅)라는 사람이 군수직을 그만두고 새로 집을 샀다. 여승진의 바로 이웃집이었다. 송계아가 이사 오자 여승진이 송계아에게 얼마를 주고 집을 샀느냐고 물었다. 송계아는 집값으로 1100만 냥을 주었다고 대답했다. 여승진은 그 집은 100만 냥 정도면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송계아가 집값을 너무 많이 주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너무나 값을 많이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송계아가 말했다. “100만 냥으로 집을 사고, 1000만 냥으로 이웃을 산 것입니다.” 이웃이란 바로 여승진 자신을 말하는 것이었다. 여승진은 내심 놀라서 그를 융숭하게 맞이하였다.
이 이야기는 좋은 이웃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말해주며, 좋은 이웃을 얻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를 또한 말해주고 있다. 좋은 이웃이란 나의 좋은 스승이며, 우리 식구의 좋은 스승이기도 하다. 좋은 이웃과 어울려 사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기도 하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아이들로 하여금 이웃의 어른에게 예의를 갖추게 하는 생활 자세도 점점 희미해진다. 가끔은 좋은 이웃을 얻고도 가까이 지내지 못한다. 이유는 대개 이웃에게서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하거나, 이웃에게 지기 싫어하는 사소한 자존심 때문이다. 내 아이가 이웃의 어른에게 정중하게 인사할 수 있다면 이는 참으로 좋은 습관이다. 인사 하나가 아이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지 모른다. 이웃이 나의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요즈음 우리는 분명히 귀하고 좋은 이웃을 버리며 살아가고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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