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5년 阿돕기 팝콘서트 美-英동시개최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흉측하게 튀어나온 광대뼈. 갈비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앙상한 몸. 힘없이 깜빡이는 두 눈에는 파리가 들끓고….’

1984년 아일랜드 출신의 록 가수 밥 겔도프는 우연히 TV에서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난민이 먹을 것이 없어 죽어 가는 장면이었다.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노래로 그들을 도울 방법은 없을까?’

며칠 뒤 스팅과 ‘U2’의 보노, 조지 마이클, 필 콜린스, 보이 조지 등 영국의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팝스타는 ‘밴드 에이드(Band Aid)’를 결성해 아프리카 난민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그들도 크리스마스를 알까요(Do They Know It’s Christmas)’라는 곡이 그것. 팝스타들은 노래를 통해 “우리가 편안하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동안 아프리카 난민들은 한없는 고통 속을 헤매고 있다.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미국 팝계도 아프리카 기아 돕기에 동참했다. 이듬해 1월 ‘아프리카를 위한 미국(USA for Africa)’을 결성해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 라이오넬 리치, 신디 로퍼 등 45명이 화음을 맞춘 ‘우리는 하나(We Are The World)’가 탄생했다.

이를 계기로 그해 7월 13일 팝 음악계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영국 런던의 웸블리 경기장과 미국 필라델피아의 존 F 케네디 스타디움에서 동시에 초대형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가 펼쳐졌다.

이 공연은 아프리카 기아 돕기 운동의 결정판이자 ‘딴따라의 힘’을 보여 주었다. 세계적인 팝가수 200여 명이 출연했고, 공연은 16시간 동안 계속됐다. 16만 명이 공연장에서 열광했고 수많은 세계 각국 시청자의 눈을 고정시켰다.

마돈나의 섹시한 몸놀림과 에릭 클랩턴의 유려한 기타 연주는 국경을 초월한 인류애 속에 어우러졌다.

라이브 에이드는 20년 뒤에도 계속됐다. 2005년 7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10개 도시에서 초대형 콘서트가 다시 열렸다. 선진국수뇌회의(G8) 참가국에 아프리카의 지원을 촉구하며 마돈나와 폴 매카트니, 엘튼 존,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무보수로 무대에 섰다.

한편에서 이들 행사를 주도한 밥 겔도프에 대해 “영국 보수당의 국제빈곤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연예인이 아닌 정치인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타는 목마름을 위해 팝 스타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의미는 깊고 크다. 말로만 평화와 사랑을 외치는 이들이 이 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은가.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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