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피아노록, 두번째 시험대에”…英 록밴드 ‘킨’

  • 입력 2006년 7월 15일 03시 00분


사진 제공 유니버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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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이즈 더 ‘퀑 대쉰 탁’?”

영국 출신 3인조 밴드 ‘킨(Keane)’. 이들에게 ‘꿩 대신 닭’을 물어보자 갸우뚱했다. 물론 알 리 만무하지만 이들을 가장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말이 아닐까. 2004년 징징대는 일렉트릭 기타 대신 피아노를 들고 나와 “우린 기타 대신 피아노다”를 외쳤던 이들이기에. 밴드의 피아니스트이자 베이스 연주자 팀 라이스옥슬리는 웃으며 대답했다.

“피아노는 여러 장르에 적용할 수 있는 악기지만 록 음악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죠. 록 음악이 정체됐다는 비판을 받는데 그 말을 뒤집기 위해 기타 대신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죠.”

2004년 기타 없이 보컬 피아노, 그리고 드럼과 베이스로만 밴드를 꾸려 록 음악계에 새로움을 던져준 킨이 2년 만에 2집 ‘언더 디 아이언 시(Under the iron sea)’를 발표했다. 음반은 발표되자마자 영국 UK 앨범차트 1위에 올랐으며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에서도 4위를 차지했다. 이쯤 되면 성공을 자축할 법도 한데 전화 인터뷰로 만난 라이스옥슬리는 영국 신사답게 시종일관 부드럽고 잔잔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1집이 성공하니 부담이 됐어요. 전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소리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멤버들도 지쳤고 음악적 영감 역시 떨어졌죠. 하지만 불안감을 숨기는 건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집이 1집에 비해 어둡고 강렬한 듯해요.”

라이스옥슬리에게 ‘아이언 시’의 실체를 묻자 “사람들이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숨기는 강철 보호막”이라고 소개했다. 타이틀 곡 ‘이즈 잇 애니 원더’나 ‘풋 잇 비하인드 유’는 마치 여성적인 피아노가 ‘야수’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자 라이스옥슬리는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처럼 심오하고 강렬하게 연주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록 마니아들은 여전히 “기타 없이 진정한 록은 없다”며 정통성 시비를 건다. 그러나 킨은 그들과의 싸움을 종식시킬 두 번째 앨범을 내놓고 한 발짝 물러섰다. “늘 시험대 위에 올라가 있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떠는 라이스옥슬리의 목소리는 회심의 히든카드를 들고 미소 짓는 포커맨 같았다.

“우리는 피아노 하나로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인생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봤으면 해요. 음악은 정치인의 말보다 더 강하게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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