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전소설은 현곡 조위한(玄谷 趙緯韓·1567∼1649)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쓴 전쟁소설 ‘최척전’이 원전이다. 조위한은 최척이라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아 한 가족의 기적 같은 상봉 얘기를 소설로 담아 냈다.
당시로서는 평균수명을 훌쩍 넘겨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조위한은 행복하게 살지는 못했다. 세 명의 자식이 모두 어릴 때,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첫째 딸은 피란길에서 죽고, 둘째 딸은 네 살 때 죽었으며 아들은 열다섯 살에 세상을 떠났다.
조위한을 가상 인터뷰했다.
―직접 최척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네. 일전에 전북 남원에 있을 때 초로의 양반을 만났지. 통성명하는데 최척이라고 하데. 전쟁 때 헤어진 가족들을 모두 만난 그 유명한 최척이었다네. 밤새도록 함께 얘기했지.”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함께 많이 울었다네.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참전했던 일, 남원으로 피란했던 일, 중국으로의 유람을 계획했던 일, 가족과 이별해야 했던 일이 내 경험과 똑같아. 자식을 잃었던 경험도 비슷하고….”
―최척의 경우 자식이 죽은 것은 아니었는데….
“가족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행복할 순 없지. 어쩌면 자식 셋을 가슴에 묻은 나보다 더 힘들었을지도 몰라.”(이 부분에서 노인은 말끝을 흐렸다.)
조위한은 실제로 다정다감한 아버지였다. 그는 딸에 대해서는 ‘까마귀 보면 창에 먹칠하던 네 생각나고/고사리 보면 밤을 쥐던 네 손이 떠오르누나…내가 집에 돌아가는 날이면/여장을 벗지도 않고 널 먼저 안으리’(딸을 그리며)라고 노래했다.
또 아들에 대해서는 ‘매번 시구를 지을 때 말이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프기에 내가 다시는 그런 글을 짓지 말라고 경계하였는데…그 또한 인간 세상에 오래 살 수 없음을 미리 알고 성정에서 감발해 지은 것이냐!’(제망자의문)라고 썼다.
“운명의 장난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전염병과 전쟁이 개인의 운명을 마구 휘저어 놓는데. 행복할 때는 하늘이 주는 기쁨에 감사하고 불행한 운수도 때가 지나면 가실 것임을 믿고 견딜 수밖에 없지.”
―왜 소설로 썼나요?
“그의 얘기를 듣고 전란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에 감명받았다네. 살 희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끝없는 절망 속에서 괴로워해 본 사람은 모두 그를 이해할걸세. 비슷한 처지의 슬픈 백성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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