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ㅇㅇ 다덜 슴가가 ㄷㄷㄷ... 특히 완소 7번∼
A: 근데 어떤 앤 겨털 보이더라. 캐안습야∼
인터넷 채팅방에 오른 이런 대화를 100% 이해한다면 N세대(Net Generation)라고 할 만하다. 슴가, 완소, 겨털, 캐안습 등은 인터넷이 생활의 중심이 된 N세대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직찍(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찍어 인터넷 등에 게재한 사진), 스샷(컴퓨터 화면을 그림파일로 저장한 것) 등 KBS 2TV ‘상상플러스’에도 소개된 ‘10대들의 말’은 어른들에게는 외국어나 다름없다. 일부에서는 ‘국어 파괴’의 사례로 지적하지만 N세대는 인터넷에서 상호 소통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국어를 새롭게 변형시킨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들만의 국어와 문법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N-그래머(Grammar)의 숨겨진 5가지 비밀=N세대의 조어 방식을 살펴보면 ‘축약’ ‘자음 연결’ ‘순서 변화’ ‘신형 접두사’ ‘혼합형 조어’ 등 대략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단어 축약’은 말 그대로 단어나 문장을 축약한 형태다. ‘완소’는 ‘완전(정말) 소중하다’, ‘겨털’은 ‘겨드랑이 털’이라는 뜻이다.
‘자음 연결’은 모음과 받침을 생략하고 자음만 연결하는 방식이다. ‘ㅇㅇ’은 긍정을 뜻하는 ‘응’, ‘ㄷㄷ’은 무섭거나 놀랍다는 표현의 ‘덜덜’을 의미한다. 원래 있는 단어의 글자 순서를 바꾸는 ‘글자 변화’ 방식도 흥미롭다. ‘슴가’는 ‘가슴’을 거꾸로 읽은 것.
‘신형 접두사’의 경우 접두사를 새로 만들어 의미를 강조하거나 바꾸는 사례다. 대표적인 ‘캐-’는 ‘굉장히’ ‘매우’라는 뜻이다. ‘캐공감’(매우 공감한다) 같은 단어에서 쓰이며 ‘급질’(긴급한 질문)의 ‘급-’(급하다) ‘초섹시’의 ‘초-’(매우)도 자주 사용된다.
‘혼합형 조어’는 이런 방식을 다양하게 섞어 만든 단어를 뜻한다. ‘캐안습’은 신형 접두사 ‘캐-’와 자음 연결형 조어 ‘안습(안구에 습기차다·눈물이 고이다)’을 합친 말.
▽3S 방식=N세대가 조어를 만드는 배경을 분석해 보면, 자판 편의성(Speedy) 표현 완화(Softening) 전문화(Specialized) 등 3S로 요약할 수 있다.
자판 편의성은 N세대의 주요 생활환경인 인터넷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단어를 변형하는 것을 말한다. ‘캐안습’과 ‘ㄷㄷ’이라고 적는 것이, 같은 의미의 단어를 빠르고 쉽게 표현하는 방법이란 게 N세대의 생각.
조어를 만드는 두 번째 이유는 ‘표현 완화’. ‘슴가’ ‘겨털’처럼 성적(性的) 의미를 지닌 단어나 비속어의 경우 글자나 형태를 바꾸면 시각적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사회의 전문화 추세로 인한 영향도 있다. 황상민(44·심리학과) 연세대 교수는 “한국 사회가 다양한 집단과 영역으로 분화하고 전문화되면서 말과 글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사이버 공간이 다양한 커뮤니티나 모임 등 사적인 소통의 공간을 많이 만들어내면서 이 같은 언어를 쓰는 기회나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슬옹(45·국어교육) 목원대 겸임교수는 “이런 말들은 이미 널리 쓰이는 만큼 좋다 나쁘다는 가치 평가를 내리기보다 타인을 배려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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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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