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됩니다” 범패음반 ‘하늘의 소리’ 낸 일운 스님

《“범패(梵唄)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리에 담은 한국불교문화의 꽃입니다. ‘천상의 소리’이기 때문에 입이 아니라 마음(정성심)으로 불러야 하지요. 1600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승돼 온 소리를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0회 영산재(靈山齋) 전수조교인 일운(一雲·옥천범음대 학장·사진) 스님이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성악곡인 범패 음반 ‘하늘의 소리’(불교방송)를 냈다. 지난 1년여간 녹음작업을 한 끝에 6시간 분량의 CD 다섯 장에 담아낸 것이다.

일운 스님은 1962년 열세 살의 나이에 봉원사로 출가해 운파(1928∼1971) 스님의 최연소 제자로 범패를 사사했다. 운파 스님은 우리 근현대사 최고의 어장(魚丈·범패를 가르치는 스승)으로 불리며 봉원사를 전통의식 전승도량으로 키워 낸 인물이다.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6년 동안 법화경을 설하실 때 상방세계의 묘음보살이 환희용약(기뻐 춤추고 노래)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하늘의 소리, 진리의 말씀을 듣고 기뻐서 콧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이 불교의 범패입니다. 죽은 사람을 극락세계로 보내 주는 ‘레퀴엠’이기도 하지요. 굉장히 기쁜 내용의 음악입니다.”

범패는 판소리, 가곡과 함께 국악의 3대 성악으로 꼽힌다. 그동안 범패를 가르치신 옛 스승들은 ‘범패란 진지한 불교의식’이라며 절 이외에서의 공연을 꺼려 왔다.

그러나 일운 스님과 봉원사 영산재보존회원들은 국립국악원은 물론 미국 뉴욕 카네기홀, 일본 도쿄국립극장, 유럽 순회공연 등 범패의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 올해 4월 19일에는 명동성당 꼬스토홀(문화관)에서 열린 교회음악콘서트에서 영산재를 공연하기도 했다.

“출가 후 45년째 어른 스님들에게 배우고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제대로 된 범패 교재가 없다는 것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전통예술을 보존하고 의식용 소리를 통일하자는 생각으로 이번 음반을 제작했습니다.”

현재 범패는 사찰마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집전되는 탓에 올바른 원형이 사라져 가고 있다. 그동안 ‘천수경’ ‘금강경’ ‘회심곡’ 등 일부 유명곡은 음반으로 나온 적이 있지만 불교 의식에 쓰이는 음악이 총집합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일운 스님은 이번에 내놓은 재(齋)의식 중심의 CD를 시작으로 향후 10여 년간 모든 범패 음악을 60장의 CD에 담을 예정이다.

일운 스님은 “스님들의 교육용으로 만든 음반이지만 ‘도량게’ ‘회심곡’ ‘유치’ 같은 곡들은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 조용한 밤에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명상곡으로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