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 산하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이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21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일치와 타 종교 간 대화의 책임을 맡고 있는 그는 ‘교회 일치를 위한 아시아 지역 주교세미나’와 세계감리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로마 교황청의 3인자’(서열 2위는 교황청 국무원장)로 꼽히는 그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가톨릭 신학의 두 기둥으로 손꼽힌다. 신학생들은 1, 2학년 때 베네딕토 16세의 저서를, 4학년 때는 카스퍼 추기경이 쓴 책을 교과서로 배운다.
18∼20일 열리는 ‘… 주교 세미나’에는 카스퍼 추기경을 비롯해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 주교단, 아시아 15개국 주교회의 교회일치 담당 주교 19명이 참석한다.
카스퍼 추기경은 20∼2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에도 참석한다. 특히 이번에 그는 세계감리교협의회와 가톨릭 간의 ‘의화(義化) 교리’에 관한 구원 논쟁에 마침표를 찍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의화 논쟁’이란 “인간은 예수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함께 선행을 실천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전통적인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신앙만으로 구원된다”는 루터교 교리가 충돌하면서 빚어진 신학적 다툼을 말한다. 이 논쟁은 16세기 초 기독교가 가톨릭과 루터교로 분열된 원인 중 하나였다.
교황청과 루터교 세계연맹은 이미 1999년에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으며, 개신교계 주요 교단인 세계감리교협의회도 7년 만에 이 선언에 동참하게 된 것.
카스퍼 추기경은 “교회 내 갈라진 형제끼리 공통된 신앙의 기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라며 “앞으로 장로교를 비롯한 개신교단들도 교회 일치 운동과 공동 선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독일 출신이어서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아픔에 공감한다”며 “교황께서도 북한에 있는 형제들을 위한 한국천주교회의 기도와 노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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