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팔일무의 기원과 변형에 대해 연구해온 학자가 있다. 지난해 팔일무에 대한 기록을 담은 17종의 문헌을 추적해 ‘문묘일무의 도해’를 펴낸 데 이어 최근 이를 바탕으로 ‘문묘일무의 이해’를 펴낸 임학선(무용학) 성균관대 교수.
임 교수는 전통 춤의 원형을 현대 창작무용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펼쳐왔다. 임 교수와 제자들은 2000년부터 석전대제에서 팔일무를 공연했다.
“일무는 제례용이 아니라 국가의례용 춤이었습니다. 일무는 ‘줄을 지어 추는 춤’을 뜻하는데 천자 앞에서는 팔일무, 제후 앞에서는 육일무, 대부 앞에서는 사일무 하는 식으로 줄의 수를 통해 춤의 등급을 규정지은 형식을 말할 뿐 춤의 내용을 규정하는 장르의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신분에 따라 춤이 두 줄씩 줄어든 것은 음양의 춤사위가 두 줄 씩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해지는 팔일무는 송나라 때 재정립된 것. 송 철종(1089년) 때 섭방(葉防)이라는 인물이 고대의 일무를 바탕으로 문무(文舞)와 무무(武舞)라는 새로운 일무의 춤사위를 확립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후 명·청대 중국에서는 문무만 추었던 반면 한국에서는 문무와 무무를 함께 추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는 것.
그러나 임 교수는 한국 팔일무가 원형에 충실하다는 주장을 펴기에는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문무는 피리와 꿩 깃털을 쥐고 추고, 무무는 도끼와 방패를 들고 춥니다. 현재의 무무는 도끼와 방패를 들었을 뿐 춤사위는 문무의 동작을 그대로 쓰고 있어 엉성한 부분이 많습니다. 또 천(天)-지(地)-인(人)의 합일을 나타내는 십자동작에서 방패를 세로로 세우고 도끼를 가로로 눕혀야 하는데 한국 팔일무는 그 반대입니다.”
“한국은 문묘제례의식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입니다. 문무와 무무를 같이 해온 한국 팔일무의 독창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원형에 대한 섬세한 복원이 필요합니다.”
임 교수는 그 과정의 하나로 팔일무를 현대무용과 접목시킨 90분짜리 창작무용극 ‘공자’(2004년 작)를 10월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맞아 파리 유네스코회관에서 선보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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