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갈비찜 등 전통적인 메뉴를 떠올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발상을 바꿔 보자. 보양식의 고정관념을 깨는 ‘퓨전 보양식’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젊은 층에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퓨전 요리는 최근 들어 보양식 메뉴판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추세다.
고릴라인더키친 퓨어 미스터차우 등 유명 퓨전 음식점들이 피로회복과 스태미나 강화에 도움이 되는 요리를 선보이자 새로운 스타일의 보양식을 즐기려는 20, 30대 여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릴라인더키친의 이승연 푸드 컨설턴트는 “지난달 중순부터 보양에 좋은 음식이 있느냐고 묻는 여자 손님이 늘었다”며 “초복을 일주일 앞두고부터는 이런 질문을 하는 손님이 점심, 저녁에 각각 10명 이상 됐다”고 전했다.
홍보대행사 인컴 브로더스의 허부영 대리는 “먹을 땐 땀을 많이 흘리고 먹고 난 후엔 포만감이 부담스러운 전통 보양식과 달리 젊은 감각에 맞는 장소에서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퓨전 보양식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20일 초복으로 본격화된 보양식 시즌을 맞아 분위기 있는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 퓨전 스타일의 보양식 메뉴를 알아봤다.
○ 생선을 재료로 쓴 요리가 많다
전통 보양식이 주로 육류에 의존하는 반면 퓨전 보양식 중에는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크림과 버터를 안 쓰고 튀긴 요리가 없는 것으로 잘 알려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앞의 고릴라인더키친은 3주 전 여름철에 필요한 영양분이 많은 8가지 특별 요리를 내놓았다. 그중 ‘허브연어오븐구이와 구운 시금치’(2만7000원), ‘오징어 먹물 파스타’(1만8000원)가 인기다.
‘허브연어오븐구이와 구운 시금치’는 오메가3 함량이 높은 연어와 비타민A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시금치를 조화시켜 더위로 인한 불면증과 피로회복에 좋다.
‘오징어 먹물 파스타’는 이탈리아에서 보양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오징어 먹물과 마늘을 주재료로 쓴다. 오징어 먹물에는 숙면에 좋은 멜라토닌,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과 타우린이 풍부하다.
강남구 신사동의 퓨전 일식점 퓨어는 ‘갯벌장어구이’(2만∼4만 원)를 선보였다.
장어는 단백질과 비타민A, E가 풍부하고 스태미나 강화에 좋은 재료. 퓨어에서 쓰이는 갯벌장어는 민물장어를 90일가량 강화도 갯벌에 풀어 자연 상태에 가깝게 키운 것으로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한 게 특징이다.
양념으로는 갯벌장어 뼈와 올리브 로즈메리 사과 감초 등 20가지 재료를 넣고 10시간 동안 끓여 낸 간장 소스만 쓴다. 물엿을 조금만 써 소스 맛은 다소 밋밋하다.
행당초등학교 교사인 오정화 씨는 “단맛이 강한 음식일수록 몸에 안 좋은 재료가 많이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며 “보양식으로 먹기 때문에 밋밋한 단맛이 오히려 더 좋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시원한 인공폭포와 정자를 감상하며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여름철 퓨어의 매력이다.
○ 건강에 좋은 부위의 고기로만 만든다
육류로 만든 퓨전 보양식은 건강에 좋은 특정 부위나 종류만을 재료로 쓴 경우가 많다.
고릴라인더키친은 육류 재료로 지방 함유량이 적은 닭가슴살과 쇠고기 안심을 쓴다.
‘안심 토마토소스 현미밥’(1만8000원)은 쇠고기 안심을 각종 야채와 함께 볶아낸 요리다. 고단백 저지방인 안심과 탄수화물 티아민이 풍부한 현미를 주재료로 써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크며 스태미나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찐 닭가슴살과 쌀가루를 묻혀 구운 두부를 소면과 함께 곁들인 ‘두부 닭가슴살 탕면’(1만5000원)은 고칼슘 고단백 저지방 음식으로 소화가 잘되며 입맛을 돋우는 데 효과가 커 원기 회복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신경인터내셔널 이신혜 씨는 “살찌는 걱정을 덜 수 있고 소화도 잘돼 살코기만 사용한 퓨전 음식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퓨전 중식당 미스터차우에서는 ‘미스터차우 베이징덕’(2만9000원)과 ‘광동식 치킨’(1만5000원)이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힌다.
해독과 피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는 미스터차우 베이징덕은 피로 회복에 좋은 감초 월계수잎 진피 등 11가지 향신료를 오리 배속에 넣고 오븐에 구워 낸 고단백 요리다. 7, 8월에는 하루 평균 판매량이 평상시에 비해 30%가량 늘어난다.
광동식 치킨은 무게가 1kg 미만인 영계를 오븐에서 통째로 구워 기름을 뺀 뒤 뜨거운 식물성 기름을 다시 부어 가며 굽는 요리. 바삭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살코기를 소금에 찍어 먹는다. 더위로 잃어버린 입맛을 살리는 데 좋아 홍콩에선 여름철에 특히 인기라고 한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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