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
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
다가,
스윽, 제비 한 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
이 사립문을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
어젖히고
-시집 ‘목련 전차’(창비) 중에서》
백주 대낮에 당하셨군요. 고래(古來)로 무서운 솜씨를 자랑하는 녀석들입지요.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지만 ‘물 찬 제비’라는 말도 있지요. 대대손손 검술을 익힌 녀석들 중에는 연못을 메밀묵처럼 썰고 지나간다는 소문도 있습죠. 그래, 집의 상처는 깊지 않으신지요. 네? 숨통이 트인다고요? 그나저나 도시의 시멘트벽과 유리문을 뻥 뚫고 갈 절륜의 무공을 지닌 제비는 없는 걸까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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