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은 접시를 따로 쓰지 않고 냄비에 담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다. 혼자 있게 됐을 때 우아하게 책을 읽어 보려고 했지만 결국 온 집안을 진공청소기로 밀고 다닌다. 아이들은 콧물 흘리고 괴상한 소리를 내는 친구와 우정을 과시해 엄마의 속을 끓인다.
아줌마의 일상이란 동서양이 다를 게 없나 보다. 이 책을 보면 그렇다. 오스트리아 작가인 저자는 엄마와 아내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하게 묘사한다. 한국 아줌마들도 “맞아 맞아”라고 할 듯싶다. 여자들의 뿌리 깊은 ‘죄의식’에 관해 묘사한 부분.
“여자들은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떨어져도 죄의식을 느끼고 고기를 15% 싸게 살 수 있는 할인점이 멀다고 가까운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도 죄의식을 느낀다.”
저자가 아줌마들에게 권고하는 것은 뭐든 번개처럼 해치우는 프로 주부 대신 가정을 느긋하게 운영하는 ‘굼벵이 주부’가 되라는 것. “프로 주부들은 연금을 받는 나이까지도 못살고 죽는 경우가 많지만 굼벵이들은 엄청난 고령에 죽었거나 아직도 살아 있다”면서.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생각해 볼 만한 얘기가 많다.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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