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쥔 채 나는 삐쭉 머리 로봇. 1970, 80년대 만화 세대라면 TV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그 만화는 바로 ‘우주소년 아톰’이다. 데스카 오사무(手塚治蟲)의 만화 ‘철완(鐵腕) 아톰’을 원작으로 1963년 193편의 TV용으로 제작된 일본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작고 귀여운 로봇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 준 아톰. 여기에는 1950, 60년대 당시 공업화 기계화로 인한 일본 사회의 변화를 담고 있다. ‘로봇 영웅’ 아톰은 정교한 초소형 가전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본인의 정밀, 축소지향성을 보여 준다.
“기운 센∼ 천하장사∼”로 시작하는 주제가로 유명한 마징가Z 역시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로봇 영웅 중 하나. 태권V보다 네 살 많은 이 로봇은 나가이고(永井豪) 씨의 원작만화를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이다. 마징가Z의 대표 특기인 ‘로켓 주먹’은 당시만 해도 원거리에서도 적을 무찌를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이었다. 신개념 로봇에 대한 자부심, 선진국으로의 도약, 강대국이 되고 싶은 열망 등 로켓 주먹 하나에 담긴 일본인의 희망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의 만화 영웅은 이보다 스케일이 더 크다. 미국 만화 ‘슈퍼맨’이 바로 그 중심에 있다. 단순명쾌한 권선징악적 스토리는 마치 ‘세계 평화를 위해 봉사한다’는 미국인의 자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후에도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맨’, ‘∼우먼’ 시리즈의 새로운 영웅이 잇따라 탄생했다.
프랑스 만화 영웅 ‘아스테릭스’(1961년)는 색다르다. 슈퍼맨이나 아톰 등 파괴적이거나 날렵한 이미지와는 달리 느릿하고 배가 나온 ‘이웃집 영웅’ 같은 모습이지만 거대 로마제국에 대항하는 모습은 프랑스인에게 자부심으로 기억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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