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V는 30년 묵은 골동품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생생히 살아 있다. 많은 팬이 태권V 부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태권V의 제작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과학적 시뮬레이션도 만들어진다. 동아사이언스 김두희 대표이사는 “올해 안으로 로봇 태권V를 가상으로 구현해 실제 제작이 가능한지 여부를 시뮬레이션으로 실험할 계획”이라며 “가상의 태권V가 제작되면 내년부터 이를 컴퓨터 비주얼로 형상화해 ‘황사를 막아달라’, ‘태풍을 해결해라’, ‘홍수를 막아라’ 등 가상 미션을 수행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네는 김 감독과 함께 ‘3D 태권V’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태권V 캐릭터를 3D 기술로 입체감 있게 제작하고 시나리오도 요즘 신세대들의 감각에 맞게 수정했다. 내년 말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할 예정. 신씨네는 내년 말을 목표로 태권V 뮤지컬도 기획하고 있다.
태권V 마니아 동호회들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500여 명이 가입한 태권V 동호회 ‘V클럽’(www.taekwonv.org)은 1990년대부터 다양한 태권V 관련 문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회비로 극장을 빌려 태권V 시리즈를 상영했으며 ‘태권V 유머’ ‘태권V 패러디’ 등 다양한 놀이 문화를 만들고 있다. 특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비판하기 위해 태권V가 독도에서 마징가Z, 그랜다이저를 비롯해 많은 일본 로봇 캐릭터를 파괴하거나 일본 후지산 인근을 차지한 패러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그 의미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기획 단계에서 중단된 태권V 4편 ‘지하특공대’의 시나리오를 돌려 보거나 태권V 만화책을 복간하고, 원본 포스터나 비디오 등을 10만∼200만 원에 거래하기도 한다.
태권V는 1976년 ‘로보트 태권V’ 1편의 탄생 이후 2편 ‘우주작전’(1976년), 3편 ‘수중특공대’(1977년)에 이어 ‘로보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1978년),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1979년), ‘슈퍼 태권V’(1982년), ‘84태권V’(1984년), ‘로보트 태권V 90’(1990년) 등이 제작됐다.
내년 말 개봉 예정인 ‘뉴 태권V’의 시나리오는 1편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미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1976년 태권V가 사라진 뒤 한반도를 둘러싸고 열강들이 핵 전쟁을 하는 등 주변 정세가 불안해지자 다시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왜 태권V가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것일까? 태권V는 다른 나라의 로봇과 달리 한국의 고유 무술인 태권도를 구사하면서 한국적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로켓포를 발사하는 원거리형 로봇인 반면 태권V는 근거리에서 태권도로 상대를 격파하는 ‘격투 로봇’이다.
동호회 마니아들은 “무엇보다 태권V의 정통성과 인간적 매력이 오랜 생명력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태권V의 매력은 △무기가 아니라 근접 싸움을 통해 로봇의 차가움을 벗어난 데다 △세련미를 걸러내고 다소 투박하게 꾸민 디자인 △한국의 수호신을 상징하는 듯한 메시지를 지닌 이순신 장군의 투구나 태권 동작 등이다.
‘뉴 태권V’ 캐릭터를 둘러싸고 마니아와 제작진 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지환 ‘V클럽’ 동호회장은 “요즘 아이들 취향에 맞춰 이를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바꾼다면 더는 태권V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급격한 변화를 주기보다 태권V의 정통성을 살리면서 세련된 느낌을 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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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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