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지구가 ‘네모’였을 때 그들은…‘항해의 역사’

  • 입력 2006년 7월 2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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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의 역사/베른하르트 카이 지음·박계수 옮김/410쪽·2만5000원·북폴리오

《10여 년 전 컴퓨터 게임 ‘대항해시대’가 국내의 20, 30대를 사로잡은 적이 있다. 일본 고에이 사가 제작한 이 게임은 지리상의 대발견이 이루어진 15, 16세기를 배경으로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등을 오가며 항해무역을 하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그 후 7년간 3개의 시리즈가 추가로 제작되며 열혈 마니아층까지 생겼다. 이 게임이 대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항해와 모험에 대한 동경 때문이 아닐는지. 이 책은 바로 그 항해와 모험에 대한 보고서다. 대항해시대뿐 아니라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인의 홍해 항해부터 20세기 초 북극점 도달까지 5000년 인류 항해사를 다루고 있다.》

현대인에게 바다는 동경, 낭만, 자유의 이미지를 선사하지만 몇 세기 전만 해도 바다는 극복의 대상이었다.

15세기 유럽에서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지브롤터)’을 넘어 대서양으로 나가는 순간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다고 믿었다. 17세기까지 아시아에서 남중국해 밖의 세상은 야만과 무법이 날뛰는 세계였다.

그러나 어느 시대든 바다를 정복하고 ‘세상의 끝’으로 나아가려 한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다. 기원전 1483년 하트셉수트 여왕의 명으로 푼트로 떠난 이집트 원정대, 기원전 600년 아프리카 대륙을 항해한 페니키아인, 6세기에 아메리카를 돌고 온 아일랜드 수도사, 1519년 최초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마젤란 원정대가 그들이다.

탐험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새 이론을 응용한 최초의 사람들이기도 했다. 용기만으로는 세상의 끝까지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거리 항해는 학문의 새로운 인식들, 특히 수학 물리학 천문학의 발전을 요구했다. 바스코 다 가마, 콜럼버스, 쿡 같은 탐험가들은 당시의 최신 이론인 지구 구형설, 경도 위도법, 해로 측량법 등을 누구보다 빠르게 실천에 옮김으로써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위험천만했던 모험을 통해 떠돌이 콜럼버스는 신대륙의 총독이 되었고, 출신이 불분명한 바스코 다 가마는 백작이 되었으며, 빈농의 아들 쿡은 영국 해군의 장성이 되었다.

그러나 일부는 마젤란이나 베링처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이 가져오는 달콤함과 모험에 매료된 많은 젊은이가 바다로 나섰으며 그들이 품었던 꿈과 모험의 이상을 형상화한 것이 바로 ‘신드바드 이야기’다.

저자는 독일의 범선 항해자 출신 시사평론가로 자신의 항해 경험과 8년간 모은 사료를 토대로 이 책을 완성했다. 저자가 학자가 아니라는 점은 오히려 감사할 부분이다. 저자가 머리말에 밝힌 것처럼 학창 시절에 익힌 기본적인 수학 지식, 지도를 보고 동서남북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만 있다면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첫 장에서 말한다. “밤하늘을 쳐다보라. 아주 느리게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큰곰자리를 관찰해 보고 북극성을 찾아보고 영원한 별들을 넋을 잃고 바라보라. 당신 머리 위의 별들은 콜럼버스, 마젤란, 쿡이 보았던 것과 동일한 바로 그 별들이다.”

원제 ‘Ans Ende der Welt und dar¨uber hinaus’(2001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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