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일 서울에서 열린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WMC)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던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 아부나 엘리아스 차코르 대주교. 그는 한국행 티켓까지 구입했으나 갑작스러운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의 교전으로 서울에 오지 못했다. 대회 주제가 ‘개인과 교회, 국가 간의 화해’였던 만큼 1994년 세계감리교평화상을 받은 그의 불참은 아쉬움을 더했다. 그는 대신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주최 측에 편지를 보내왔다.
“언제나 계획은 사람이 결정하지만, 그 성취는 하나님께서 행하신다는 사실을 제가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님 말씀하소서, 종이 듣겠습니다’ 또는 ‘내 뜻대로 마옵시고, 당신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말을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중동 멜카이트 교회 교단의 아카, 하이파, 나사렛, 갈릴리 지역의 대주교를 맡고 있는 그는 “저와 교구 성도들은 요즈음 같은 공포를 느껴 보지 못했고, 요즈음처럼 주님을 의지한 적도 없는 것 같다”며 “이제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의 탱크와 장갑차 등의 병기로 파괴됐고, 이스라엘 북부와 중앙지역은 매일같이 헤즈볼라로부터 로켓포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는 하이파에 있는 교회로 가던 중 제게서 100m 떨어진 지점에서 로켓탄이 폭발했습니다. 어제 로켓포 공격으로 8명이 죽고 20명이 부상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제게 전화를 걸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차코르 대주교는 “지금 모든 지역과 마을에서 이뤄지고 있는 파괴는 계시록에 나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전쟁의 참담한 상황을 전하면서 “나와 교구 성도들은 갈릴리가 중동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라고 확신하며, 세월이 흘러 여러분 모두를 부활의 땅인 이곳 갈릴리로 초청하는 명예로운 일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편지를 맺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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