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끈이 필요 없는 모자)에 갓끈’
이탈리아 식당에서 해산물 파스타를 주문하면 대개 파르메산 치즈 가루가 딸려 나온다. 치즈를 맘껏 뿌려 먹으란 얘기다.
하지만 해산물 파스타와 치즈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치즈의 느끼하고 짠맛이 해산물의 신선한 맛을 없애기 때문이다. 된장찌개에 올리브유를 넣는 격이다.
그는 “고열량 고염분의 식사로 몸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치즈를 뿌리지 않고 먹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박 씨는 이탈리아 식당이나 피자 전문점에서 마치 한식의 밑반찬처럼 오이나 할라피뇨 피클이 나오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한식에서 밑반찬은 담백한 밥맛을 살려주지만 시고 단 오이 피클과 맵고 짠 할라피뇨 피클은 요리 재료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 빵 먹을 때 주는 발사믹 식초를 넣은 올리브유, 버터, 잼도 마찬가지.
20, 30대 여성들이 즐겨 먹는 카르보나라(숯, 석탄이란 뜻)는 변형된 파스타다. 생크림이 들어간 한국식 카르보나라는 미국과 일본을 거치면서 재료와 조리법이 바뀐 것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된 것처럼.
카르보나라는 숯을 굽던 인부들이 산에 오래 머물면서 잘 상하지 않는 페코리노(양젖) 치즈, 염장한 돼지 볼살에 계란 노른자를 섞어 만든 음식. 생크림은 당초 없던 재료다.
이탈리아 요리는 돌체(디저트)를 만들 때를 제외하면 생크림을 쓰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너무 달고 느끼하고 비싸다.”
한국에서 파는 피자에 대한 라이노네 씨의 평가다. 그는 한국 피자에는 토핑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가루 반죽(도우)에 토마토소스를 얇게 바르고 한두 가지 재료만 얹어 구워준다는 것. 치즈도 한국처럼 피자 전체를 덮지 않고 일부에 조금씩 살짝 뿌린다.
ICIF 졸업 2기생이며 현재 이탈리아에서 요리공부 중인 이정은(40) 씨는 이탈리아 피자는 얇고 바삭하다는 생각도 편견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로마 등 남부지방 피자는 얇고 바삭하지만 북부지방으로 갈수록 두껍고 쫄깃한 피자가 많다. 이는 피자를 반죽할 때 남부지방에서는 밀대를 이용해 반죽을 얇게 펴는 반면 북부로 가면 손으로 늘려 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요리 중 고추를 재료로 쓰는 예는 많지 않다. 마늘도 아주 소량만 쓴다. 마늘을 사용할 때는 다져서 약간 쓰거나 기름에 볶아서 마늘 고유의 향을 살짝 우려낸 뒤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고춧가루를 쓰거나 고추를 썰어서 넣기도 한다. 마늘도 이탈리아보다 10배 이상 많이 사용한다.
이 씨는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말아 스푼에 얹어 먹어야 교양 있는 것이라 여기는 문화도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스푼은 스프를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크질이 서툰 어린이나 손이 불편한 장애인이 스파게티를 먹을 때만 흘리지 말라고 스푼을 내준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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