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 군산에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의 뺨을 때리고 책을 집어 던진 한 여교사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선생님에게 받은 상처는 아이에겐 강력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존재하기 마련. “선생님에겐 많은 학생 중의 하나이지만 학생들은 선생님의 매니큐어 색깔까지 기억한다”는 이 영화의 대사처럼 말이다.
영화 ‘스승의 은혜’(3일 개봉·18세 이상)는 선생님의 체벌과 모욕이 모티브가 되는 공포영화다. 논란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일부 교사에게 국한된 얘기인데다 요즘에는 교권 침해가 더 문제라지만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전혀 설득력 없는 소재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힘들다. 제작진이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98%가 상처를 준 선생님이 있다고 대답했다. 가정환경 조사를 한다며 급우들 앞에서 집이 월세니, 아버지가 직업이 없니 하며 창피를 준 선생님, 쳐다본다고 코피가 터지도록 따귀를 때린 선생님 등….
박여옥(오미희) 선생은 퇴직 후 늙고 병든 몸으로 옛 제자인 미자(서영희)의 간병을 받으며 살고 있다. 미자는 선생님을 위해 옛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반가운 척하며 인사를 하지만 이들은 각기 박 선생에 대한 마음의 응어리를 갖고 있다. 반장과 부반장이었던 세호와 은영은 가난하다고 무시당했고 운동을 잘했던 달봉이는 체벌 때문에 장애인이 됐다. 뚱뚱하다고 놀림 받았던 순희는 다이어트에 성형중독으로 망가져 가고 있다. 세호를 시작으로 이들의 감정은 폭발하기 시작하고 잔혹한 피의 살인극이 시작된다.
경고하건데, 이 영화 정말 잔인하다. 커터칼과 컴퍼스, 스테이플러 등 학용품이 살인의 도구다. 이 도구를 써서 살인하는 방식도 잔혹하기 그지없다. 가짜 시체를 사용하지 않고 배우들이 특수 분장을 한 채 수십 시간을 찍었다는 지하실 시체 장면에선 눈을 감고 싶다.
톱스타 한 명 없는 이 영화에는 귀신도 나오지 않는다. 피비린내 나는 화면은 하드고어나 슬래시 느낌이고 전체적인 구조는 스릴러에 가깝다. 자신 역시 상처를 가진 박 선생의 과거, 살인의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친구들이 모여든 시점부터 다시 설명하는 영화는 친구들 각각의 과거가 교차 편집되며 진행된다. 범인이 밝혀진 줄 알고 안도하는 순간, 영화는 결정적인 한 방을 남겨놓고 있다.
이 영화의 반전은 치밀하게 계산 됐다기 보다는 ‘헉’하고 놀랄 정도의 수준이다. 왜 그렇게 잔혹한 장면이 나왔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연성도 충분하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 공포영화 ‘링’에 나오는 귀신 사다코의 동생쯤 되는 듯한 ‘어그적 귀신’이 요란하게 관절을 꺾으며 나오는, 무섭지도 않은 원혼 얘기가 계속되는 데 질렸다면 나름대로 신선한 느낌을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제작진은 이 영화가 ‘교훈이 있는 공포’라고 했다. 그 교훈이란 타인에 대한 배려다. 하여간 개구리는 무심코 던진 돌에도 맞아 죽는 법이니까.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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