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학력평가 쪽지시험 구구단 외우기 받아쓰기….
시험만 없다면 학교는 좋은 곳이다. 프랑스의 ‘평범한’ 소년이자 우리 만화의 주인공 뒤코비도 마찬가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수확인가, 쉼표하고, 모균류 밤버섯류…”하는 받아쓰기와 “6 곱하기 7” 하는 구구단 외우기만 하지 않는다면.
뒤코비는 할 수 없이 똑똑한 짝꿍 레오니의 답지를 ‘참고’하는데 라투슈 선생님은 ‘커닝은 도둑질이다’를 100번 써 오라고 하신다.
‘오늘의 벌’ 공책을 보니 불가능할 것 같다. 선생님의 컨디션이 특별히 좋아 주문이 꽉 찼기 때문이다. 구구단 2단 5번 쓰기, ‘수업시간에 코 골지 말 것’을 넣어 짧은 글짓기, 운동장 10바퀴 돌기, 이거 못 하겠으면 다른 선생님 찾아보기… 전부 열두 가지다.
“손님, 당장 내일까지 주문을 다 맞춰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넓으신 아량으로 일을 좀 줄여 주시지 않는다면 말입니다!”(뒤코비)
“그럴 순 없지요! 대신 단골손님에게 드리는 선물이 있는데 열두 번째 다음에 열세 번째는 공짜예요. 아주 따끈따끈한 ‘받아쓰기 백번’을 덤으로 드리죠.”(라투슈)
구두시험도 있다. “스페인의 수도는 어디지, 뒤코비?”
지도를 들여다본다. 우물쭈물하는 뒤코비. “대답은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걸 말해 줘도 될까?” “선생님 맘대로 하세요.” “스페인의 수도는?” “거기요.”
선생님은 뒤코비에게 놀리는 것이냐고 묻는다. 절대 아니다. ‘대답은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지 않는가! “그건 또박또박이라는 뜻이야!” 진작 그렇게 말씀하실 것이지!
“그럼 스페인의 수도는 어디지?”(라투슈) “또박또박요!”(뒤코비)
뒤코비가 ‘낙제생’이냐고? 레오니의 사전에는 ‘게으르고 성적이 엄청 나쁜 학생’이라고 풀이돼 있다.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는다고 바보 취급을 하다니! 인격모독이다.
뒤코비는 뜻풀이를 뜯어고친다.
‘낙제생, 명사. 능력을 아끼며, 성적 제일주의의 탄압을 받는 불쌍한 학생. 비슷한 말 뒤코비.’
제10권 ‘백점 만세!’로 완간된 시리즈 만화 한 컷 한 컷을 보며 아이와 배꼽을 쥐고 웃다 보면 세대 공감은 저절로 이뤄진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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