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작가들은 도발의 충동을 즐긴다. 자기 작품의 정체를 한 꺼풀씩 드러내는 재미가 있고, 관객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 무더위만큼이나 답답한 기존의 장벽을 넘어보려는 실험적인 전시가 두 곳에서 열린다.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소마미술관(02-410-1066)에서 9월7일까지 열리는 '내일-토끼 사냥의 필연'과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 세줄(02-391-9171)에서 8월27일까지 열리는 '퍼니 퍼니(Funny)'전이 그것.
'내일-토끼 사냥의 필연'은 국내에서 드물게 공동 작업을 하는 5개 팀들이 작품을 선보인다. 집단 '막'을 비롯 '뮌' '입김' '최승훈+박선민' '플라잉시티'가 전시에 참여한다. 전시제목의 '토끼사냥'은 토끼몰이에 필요한 공동 작업이라는 뜻이다.
집단 '막'의 '인카네이션'은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 4명이 모여 개별 작업을 통해 또 다른 전체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각 작가들이 인간의 형체를 비닐에 싸는 작업을 하고 이를 한 자리에 모았다. 괴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플라잉시티'의 '메이드 인 청계천'은 청계천 인근 서울시 중구 입정동 공구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사용했다. 생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제품을 그대로 작품의 요소로 도입해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플라잉시티'는 2001년에 결성된 이래 이제는 디자인 회사로 자리잡았다.
'최승훈+박선민'은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뒤 사진으로 방향을 바꾼 부부 작가팀. 조각을 하던 이들이 평면으로 간 사실이 흥미롭다. 작품은 부부가 개별로 찍은 전혀 다른 이미지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상상을 자극한다.
평면과 입체에서 다양한 실험을 도모한 '퍼니 퍼니'전은 20대 후반~30대 중반 젊은 작가 10명이 참여한 전시. 김은영의 '페이스 투 페이스'는 그림 속 얼굴의 시선이 관객의 시선과 마주친다. 작가는 "서로 마주 보면서 각각 다른 생각을 하는 내면의 복잡함을 담았다"고 말했다.
송명진의 '내로 패스(narrow path)'는 풀 모양을 한 녹색의 형체로 판타지를 빚어낸다. 작가는 구름이 피어나거나 화산이 폭발하는 순간을 포착해 일정 형태를 부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유영운의 '배드맨(Badman)'은 잡지 종이나 전단지를 소재로 한 조각. 작가는 소재와 주제 측면에서 동시에 실험을 한다. 배드맨은 배트맨과 닮았는데 매스미디어가 개인의 정체성을 앗아가는 현실을 꼬집은 작품이다.
이들 전시는 실험성이 짙어 관객들에게 낯설게 보일 듯 하지만 갤러리 세줄의 이수경 매니저는 "방학이어서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긴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실험이나 도발이 주는 재미에 더 익숙한 듯 하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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