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전시’하는 이색 작품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선보인다. 극단 떼아뜨르노리의 ‘그녀의 방’(연출 이항나). 낮에는 공연 무대를 설치미술 작품으로 감상하고, 밤에는 설치미술 작품을 무대와 소도구 삼아 펼쳐지는 공연을 볼 수 있다.
전시를 볼 때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연극) 보듯 이야기를 느껴 보고 공연을 볼 때는 회전의자에 앉아 마치 전시를 보듯 위치와 시점을 이동하며 예술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관객은 긴 3개의 통로를 지나 다섯 개의 박스 공간으로 나뉜 ‘그녀의 방’에 이른다. 각각의 박스는 계절(시간)을 상징한다. 뚜렷한 줄거리 없이 한 여자가 여름에서 그 다음 여름까지 다섯 계절 동안 겪는 삶의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대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마임과 시각적 이미지, 움직임들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이 작품은 죽음과 생존이라는 두 가지 엔딩이 동시에 펼쳐진다. 첫 번째 박스 공간과 마지막 박스 공간에서 각기 다른 결말이 펼쳐지면 회전의자에 앉은 관객들은 자신이 앉은 위치에서 가까운 박스의 결말을 보거나, 회전의자를 돌려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선택해 볼 수 있다.
8일부터 27일까지 아르코미술관. 공연은 화∼금 오후 8시, 토 일 6시 8시. 전시는 화∼금 오전 11시∼오후 7시, 토 일 오전 11시∼오후 5시. 공연 1만5000∼3만 원. 전시 1000∼2000원. 전시 티켓을 가져오면 공연 가격의 30%를 할인해 준다. 02-3673-5587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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