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을 누비던 전사의 후예 이젠 내면의 적을 정복하죠”

  • 입력 2006년 8월 3일 03시 01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최대 사원인 간단사 경내의 불교미술대학장 집무실에서 만난 푸레바트 라마. 울란바토르=전승훈  기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최대 사원인 간단사 경내의 불교미술대학장 집무실에서 만난 푸레바트 라마. 울란바토르=전승훈 기자
푸레바트 라마가 바이칼 호 주변에 있는 러시아령 부랴트 몽골의 수도 울란우데에 새로 건립한 불탑. 사진 제공 몽골불교미술대학
푸레바트 라마가 바이칼 호 주변에 있는 러시아령 부랴트 몽골의 수도 울란우데에 새로 건립한 불탑. 사진 제공 몽골불교미술대학
‘세계를 제패했던 대몽골의 전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나/세계를 제패한 최강의 전사들은 더는 밖에 있는 적과 싸울 필요가 없었네/우주를 정복하기 위해 내면을 향한 전투를 시작했네/갑옷을 벗고 승복을 입었고 무기를 버리고 계를 지녔네….’(푸레바트 라마의 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에 자리한 이 나라 최대의 불교사원 간단사. 1990년 몽골이 민주화되기까지 70년간의 공산치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찰이다. 불교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이끄는 이곳에 몽골의 정신적 지도자로 떠오르는 푸레바트 라마가 있다.

인도 다람살라로 유학해 불교 철학과 미술을 공부한 그는 1993년 몽골로 돌아와 전통불교미술대학(MIBA)을 세웠다. 이곳을 중심으로 불교미술품 해외 밀반출을 막고, 불탑과 사원 등을 복원하는 작업을 해왔다. 요즘에는 외몽골(몽골), 브리야트 몽골(러시아령) 등을 돌며 순회 강연과 사찰 건립에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16세기 몽골의 예술가이자 대철학자인 자나바자르 라마(1635∼1724)의 환생으로 보기도 한다.

“환생이란 말은 맞지 않습니다. 다만 불교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라마처럼 애쓰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 덕분에 ‘몽골의 달라이 라마’로 알려진 그가 강연회를 가질 때면 2, 3일 전부터 수천 명이 줄을 선다. 서양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줄을 잇는다.

“우리 조상인 훈족은 기원전 1세기 인도에 직접 가서 불교를 받아들였습니다. 중국이나 티베트에 비해 훨씬 앞서 불교를 수용한 거죠. 대몽골제국은 1주일이면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소식을 주고받을 정도로 스피드와 정보의 강국이었으니까요.”

몽골 불교의 특징에 대해 그는 “한국의 선불교는 마음의 수련을 중요시하지만, 몽골의 밀불교는 몸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밀불교에서는 나쁜 기운을 잘라내려 하거나 방어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분노와 욕망의 에너지를 지혜의 에너지로 변환시켜 부처를 이루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술이나 독도 약수(藥水)로 전환시키면 사람들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이치와 같습니다.”

끝으로 그에게 한반도의 통일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16세기 몽골은 조각조각 분열돼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때 라마가 ‘시대를 정화하는 기도’라는 기도문을 만들었고 몽골인들은 이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할 기도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큰 변화는 아주 사소하고 기본적인 데에서 일어납니다. 단 두 사람이 마음을 합쳐도 엄청난 힘이 생겨나지요.”

울란바토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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